조직폭력 대학가 파고든다
폭력 조직들이 대학가에 잇따라 진출해 각종 이권과 학내 분규에 개입해온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내사중이다.
1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경찰청은 조폭이 재단과 결탁하거나 학교측을 협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해 11월과 12월 각 지방경찰청에 실태파악을 지시했다. 경찰은 지방대학 및 재단비리로 ‘잡음’이 많은 대학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재단과 결탁, 학생탄압=공문에 따르면 충청권 모대학의 2004학년도 총학생회장 선거엔 조직폭력배 출신 ㄱ씨가 출마해 재단과 지역 사창가·폭력조직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고리대금업자 출신인 ㄱ씨와 결탁해 취약한 학내입지를 강화하려 했던 이 대학 총장측은 학칙까지 바꿔 ㄱ씨의 출마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또 다른 대학은 총학의 재단비리·총장퇴진 투쟁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서클인 ‘ㅎ회’에 수년간 활동비를 지원하고 이 모임 출신을 교직원으로 임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년째 재단의 사주를 받아 농성중인 총학생회에 해산하도록 협박하는 등 ‘재단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호남권 모대학 재단은 총학생회의 재단비리 폭로시위가 거세지자 조폭들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학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집회를 방해하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권개입·조직원 육성=호남권 ‘ㅈ파’는 모대학을 무력과 협박으로 접수, 앨범제작과 매점운영 등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학 교수들은 조폭출신 학생들로부터 학점을 잘 달라는 협박을 받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기피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제주의 ‘ㅇ파’와 ‘ㅅ파’는 대학 재학생을 조직원으로 만든 뒤 나이트클럽에 취업시켜 유흥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도 했다.
충청권의 ‘ㅈ파’와 ‘ㅅ파’는 모대학에 재학중인 고교불량서클 출신 학생들의 뒤를 봐주다 졸업하면 조직원으로 가입시켜 세력을 확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원도 주민 몇몇이 도내 대학에 재학중인 조직폭력배의 극심한 횡포를 참다 못해 경찰에 여러차례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대나 규모가 작은 대학에서 일부 폭력배가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첩보가 많이 수집되고 있다”며 “앞으로 조직적 이권개입 흔적이 적발되는 대로 면밀하게 조사, 엄중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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