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은 거대한 신도시 건설사업?(펌)
행정중심의 신도시 하나 더 짓는다고 수도권 과밀화 해결될까?
비나리
신행정수도는 지난 대선의 최고 쟁점이었고, 정치적으로는 최고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탄핵정국에 이르는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신행정수도에 걸려 있는 충청도의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신행정수도 구상을 처음 낸 사람이, 그리고 현 정부 정책 브래인 실세 중 실세인 사람이 성경륭 국토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다. 맞든 틀리든, 어쨌든 정치적 성공만큼은 확실했다. 2만불을 주도한 것은 성경륭 위원장은 아니지만, 그 실제 내용을 온 국토를 뒤집어서라도 만들어내자고 한 것이 성경륭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륭을 둘러싼 일련의 지역발전과 관련된 연구진과 타락한 좌파경제학자들이 여기에 전부 매달리면서 신개발주의의 중심이론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그룹에서 제시한 행정수도 추진을 맡아 위원장 역할을 한 사람이 김안제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이다. 김안제가 환경대학원 교수라서 조금 더 환경에 가까울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지만, 사실은 생태도시와 도시개발 등 생태와 환경을 아이템으로 가장 악질적인 개발을 주도 한 사람이 바로 김안제 위원장이다.
정치적으로 김안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가장 적절한 비유를 하자면, 말당 서정주 같은 놈이라고 보면 된다. 전두환 아저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그 유명한 체육관 선거에 선거인단으로도 참가한 전력이 가장 화려한 경력이다. 박정희 때부터 전두환을 거치고, 노무현 시절에 이르기까지 해바라기형 권력지향을 했던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있다.
김안제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행정수도 이전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밀실행정과 밀어붙이기 행정이라는 단점 외에 결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수도 분산효과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의 논쟁이 시작된 3주 전 환경대학원에서 열린 첫 토론회의 토론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논의를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꾸면, 못사는 동네 충청도를 위해서 돈 좀 쓴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신도시 건설, 즉 행정을 주기능으로 하는 새로운 도시 하나를 만드는 것이므로, 오히려 좋은 사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 서울과 경기도에서의 주택공급론과 맥을 같이 하는, 하여간 건설산업을 계속 강력히 추진하는 것으로 이 사업을 이해하고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뉴딜 정책이라는 주장은 이런 데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한나라당의 반대 논리 역시 황당한 건 마찬가지다. 법적 절차니 국민투표니 하는 껍데기 같은 얘기를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어차피 수도 분산 효과가 별로 없으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경기도나 다른 곳에 도시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비용 효과적이라는 것이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기본 논리이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어차피 행정수도의 분산 효과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비한데, 이 비용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관한 주장이 논리적 핵심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지자체나 기초 단체장을 거의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권력 구조상, 개발 돈은 충청도로 보내지 말고, 경기도 쪽으로 보내자는 것이 한나라당이 내심 바라고 있는 내용이다.
민주노동당은 수도권 이전에 관해서 명확한 당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차피 행정수도가 서울의 분산 효과에 대해서 줄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기술적 최적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논의에 괜히 끼어들어봐야 지역감정 논의에 휩쓸려 들어가버릴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수도 논의를 통해서 충청도 지역에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시켜줄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현재의 행정수도 이전이 가지고 있는 불법적 요소는 예비 타당성 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고 초국가적 행정절차를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청와대가 행사하면서 진행된다는데 있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은 정치적으로 결정될 사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어차피 합의에 의한다고 해도,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몇 백조가 될지 모르는 이전 사업에 대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예비 타당성을 통해서 수익률이나 비용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한 다음에 그 기반에서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결정을 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가 진행되는 것이 현행 법규상 합법적인 절차이다.
이걸 피해가기 위해서 기금관리기본법 시행령을 4월 6일 고쳐서 공공청사의 신중축 관련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정부의 기금이 5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은 기금관리기본법에서 그리고 국고가 직접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관리법에서 각각 예비타당성 조사를 규정하고 있다.
치사하게 당연히 해야하는 검토 과정을 대통령령을 4월에 고쳐놓고, 탄핵이후 총선을 이길 것으로 전제하고, 시기를 저울질 하면서, 지금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논의를 던져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이 대통령령 하나 바꾸었다고 해서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부 찾아질 수 있다. 청사 자체의 신증축은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뺐다고 하더라도 도로, 수도 등 인프라 건축에 들어갈 국고 비용은 여전히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도 피하기 위해서 도로는 지방세로 돌리고, 건축기금에서 보조금을 융자로 돌리는 치사하고 치졸한 짓을 또 할 것이다. 그래도 수십 조를 사용하면서 경제적 타당성 평가 한 번 안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될 뿐더러, 불법이다.
토론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책사업은 계산도 해보고, 여러 번 검증해서 최적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환기시켜주고 싶다. 그리고 현행법은 그렇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의 행정수도 이전은 이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한 가지의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을 작게 가져간다는 정책은 옳다. 논의는 서울시민을 포함한 전국적 논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권만을 옮길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소와 금융기능 그리고 집약된 교육 기능까지 분산을 해야한다.
지금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 반대한다면 서울을 키우자는 말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은 지금보다 훨씬 작아져야 하고, 할 수만 있다면, 4~5개의 도시로 쪼개져야 한다. 정상적인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지금의 균형발전은 행정기관 이전이라는 명분으로 건설을 기반으로 한 국책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의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투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토발전 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지 전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 속에서 도시체계와 행정체계, 그리고 행정수도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밀실과 비밀 속에서의 몇 명이 결정하도록 되어있는 현 논의 체계 자체가 불법이다.
비나리, 초록정치연대 편집위원 (www.greens.or.kr)
2004/06/20 [12:55]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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