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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토기등 100년 수집품 한국에
아낌없이 주고 가는 언더우드家 ‘마지막 선물’

김봉기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8.23 19:12 29' / 수정 : 2004.08.23 19:18 39'

▲ 언더우드가(家) 4세 원한광 박사( 오른쪽 )가 한국 관련 자료들을 연세대에 기증하며 정창영 연세대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몸도, 재산도 놓고 갑니다.”
연세대·YMCA·새문안교회를 설립, 한국 근대사에 혁혁한 공을 남긴 언더우드가(家)가 그동안 수집한 한국 관련 자료들을 연세대에 기증했다. 지난 1885년 언더우드 1세 원두우(元杜尤) 박사가 입국한 이후 119년 동안 모은 소중한 ‘지적(知的)’ 재산들이다.

1881년刊 ‘한국어문법’·韓末 귀중본등 42박스 분량

선친 유언따라… 광복-6·25전후 일기등 연구자료로

이미 세상을 뜬 언더우드 1~3세의 유골도 모두 서울 마포구 합정동 외국인 묘지공원에 안장돼 있다. 4세 원한광(元漢光·61) 박사는 오는 11월 미국으로 돌아가 언더우드 일가의 한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원 박사는 한국에서 두 딸 사라와 로라를 입양, 미국에서 키웠다.

▲ 언더우드 1세 원두우씨가 1885년 입수한 신라 토기.

언더우드가의 기증 물품에는 지난 1월 별세한 언더우드 3세 원일한(元一漢) 박사가 생전에 남긴 편지·일기·신문 스크랩 등 42박스 분량의 자료와, 언더우드가에서 구한말 때부터 수집한 한국 관련 도서 1500여권이 포함됐다. 역시 원일한 박사가 남긴 신라시대 토기도 연세대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기증 도서에는 지난 1881년 프랑스 신부들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불어로 출간한 ‘한국어문법(GRAMMAIRE COREENNE)’을 비롯, 헐버트 선교사가 지난 1906년 저술한 ‘대한제국멸망사(The passing of Korea)’ 영문본,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 영문본(1902년 출간)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조명한 책들이 포함돼 있다.

▲ 언더우드가가 구한말 때부터 수집한 한국 관련 도서 1500여권. 연세대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특히 원일한 박사가 작성한 자료들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2개 분량의 박스는 1940~2002년 작성된 편지들(7개), 언더우드 가문 관련 자료들(2개), 설교문(6개), 논문(5개) 등으로 정리돼 있다. 현재 연세대에 보관 중인 신라 토기의 경우, 경주 노동동에서 발굴된 것으로 지난 1885년 언더우드 1세가 입수한 뒤 미국 친지에게 보냈다가 3세 원일한 박사 별세 5일 전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온 것.

4세 원한광 박사는 “선친께서 생전에 자주 ‘내가 모은 자료들은 한국에 남겨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잡지든 단행본이든 한국과 관련된 서적은 거의 빼놓지 않고 수집하셨다”고 말했다. 3세 원일한 박사는 연세대 이사로 재직하면서 월급도 받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아, 언더우드가 중에서도 가장 한국을 사랑한 인물로 꼽힌다.

박영식(朴煐植) 광운대 총장(1988~92년 연세대 총장)은 “지난 80년대 말 총장실 옆에 작은 사무실을 사용하시라고 내드렸는데, ‘공짜로 쓸 수 없다’며 1년에 300만원씩 장학금으로 내놓았다”고 회고했다. 정창영(鄭暢泳) 연세대 총장은 “그동안 대를 이은 언더우드가의 한국 사랑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원한광 박사는 출국에 앞서 24일 오전 10시 안병영(安秉永) 교육부총리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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