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당내에선 ‘지도부 책임론’과 잠룡들의 ‘조기복귀론’이, 당 밖에선 개혁진영 ‘통합론’과 ‘중부권 신당론’ 등 새판짜기 흐름이 꿈틀거릴 전망이다.

◇여권의 참패 원인=“공천 오발탄”이란 자조처럼 공천 실패가 1차적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지도부가 후보교체로 인한 혼선에 무게를 둔 반면 소장파들은 전략공천으로 인한 철새 시비를 더욱 문제 삼았다. 바로 “원칙 대신 정략적 가능성만 내세워 외부인사 빼오기 등 구태를 거듭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더 근본적으론 “국정에 대한 비전이나 개혁의지가 국민들께 어필을 못 한 것”(오영식 대변인)이란 반성도 제기된다. 여당의 단골 레퍼토리인 지역개발론 등 “어설픈 실용론”외에 지지층을 묶어낼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여당 이미지는 지지층에겐 실망을, 일반 국민들에겐 불신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과열·혼탁도 여당에 악재였다. 정치개혁을 내건 당으로서의 새로움은 사라지고 똑같은 낡음만이 부각된 까닭이다. 특히 성남 중원의 낮은 투표율(29.1%)은 돈봉투 사건과 그리고 뒤이은 민주당과의 비방전 결과라는 풀이다.

◇향후 정국=여당발 쇄신론이 심상찮다. 당원들을 중심으로 “실용지도부의 참패”라며 문희상 의장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한명숙 의원은 “집권 여당으로서 긴장감을 가지고 다각도로 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의장의 조기사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의장 체제가 1개월밖에 안 돼 당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공천 책임이 형식적으론 전임 지도부 몫인 까닭이다. 대신 상향식 공천과 기간당원제 등 아래로부터의 정당개혁 요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도부는 30일 심야회의와 1일 긴급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위’를 꾸렸다.

입각한 예비주자들에 대한 조기복귀론도 큰 줄기다. 더이상 관리형 지도부로는 선거와 같은 고도의 정치 이벤트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된 때문이다. 영천의 막판 역전패도 ‘박풍’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카드가 없었다는 분석이 조기복귀론의 배경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최대 화두는 ‘반(反)·비(非) 한나라당’ 세력의 통합일 듯싶다.

‘미니 대선’으로 불린 성남 중원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불과 34.7% 득표로 당선된 것은 여권에겐 악몽이다. 원내 한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당이 고립되는 ‘반노전선’”이라며 “이것을 구조적으로 깨야만 한다”고 말했다. 자칫 정계개편론이 끼어들 소지다.

〈김광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