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서울대가 힘겨루기 하나
2008학년도 입시안의 ‘통합 교과형 논술’을 둘러싼 정부 여당과 서울대의 갈등으로 학생 자녀를 둔 국민들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통합 교과형 논술’을 본고사로 간주,법제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정부·여당과 ‘오해’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철회 의사가 없으며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좋은 안을 만들겠다”고 맞서는 서울대측간의 갈등이 끝이 없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지 모르지만 우선 이 사태에 1차적 책임은 서울대에 있다. 정운찬 총장도 밝혔듯이 이번 논란은 바뀌는 입시내용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못함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통합 교과형 논술’이 정부의 주장과 달리 ‘본고사 부활’이 아니라면 보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안을 만들고 다양한 의견수렴과 함께 교육부,교육단체 그리고 학부모 단체들을 설득했어야 옳았다. 서울대 입시안은 곧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입시에 영향을 주고 고교 교육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 특히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교육에 대한 비전문성과 좌고우면의 무소신이 빚은 참사라 말하고 싶다. 교육부는 며칠 전까지 새로운 서울대 입시안에 긍정적 평가를 하고 특히 통합 교과형 논술이 본고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 교육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시에 태도를 바꾸고 여당과 코드가 맞는 일부 학부모 단체의 힘을 빌려 서울대를 압박하고 있으니 한심한 교육부라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교육부와 서울대는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얼마나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 갈등은 불필요하다.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 교육부총리와 정 서울대 총장은 열린 마음으로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에서 어떻게 선발하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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