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윽박질러 내신 50% 밀어붙인 ‘官製입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4개 주요 국·사립대학이 2008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을 총점의 50% 이상으로 높이고, 대학별 고사는 최소한으로 반영하기로 합의했다고 2일 발표했다. 고교간의 엄연한 학력 차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그 신뢰성마저 크게 의심받아온 내신성적의 대입 비중 확대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 상대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고교생들을 더 불리하게 하며 결국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길 것으로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각 대학을 윽박지르다시피 밀어붙인 것이 이번 공동발표의 결과이며 그것은 사실상 ‘관제(官製) 입시’ 로의 변질로 비친다. 대교협 발표가 각 대학의 ‘합의’ 로 포장됐으나 실은 교육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따른 것임은 대학입학처장회의 참석 자들이 한목소리로 증언하고 있다. “정부가 짓누르는데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 니냐. 대학이 무슨 힘이 있느냐” “더 이상 따지거나 논쟁해서 될 일도 아니고 어차피 그렇 게 밀고 갈텐데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두는 것” 이라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당수 입학처 장은 그 모임의 성격도 모른 채 참석했다고 한다. 또 합의에 서명한 것으로 발표된 서울대 의 입학관리본부장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서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동의한 적 도 없다” 고 밝혔다. 수능의 변별력과 학생부의 신뢰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2008학년도 입 시에서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높이고 내신 비중을 낮추겠다고 지난해 12월26일 공 식 발표한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지역 7개 사립대가 5개월도 못돼 입장을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면 그 압박의 강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3월 주요 대학을 잇달아 방문, ‘내신 비중확대 협조’ 를 강청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을 받아왔 다.
교육부는 ‘관제 입시’ 를 강요해 대학 발전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중단하고 학생 선발의 자 율권을 대학으로 되돌려야 한다.
20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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