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국정원장

"노(盧) 시계건(件) 언론누출도 국정원 작품 아니냐"
검찰, 의혹의 눈초리

원세훈 국정원장이 검찰 고위층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대검 중수부가 노무현을 소환조사(지난달 30일)하기 이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노무현'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신병처리 문제를 노골적으로 언급한 원 국정원장의 메시지를 접한 검찰 고위층 인사들은 당시 당혹감을 넘어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검찰 고위 인사들의 분위기는 수사팀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 전달되면서, "국정원장이 검찰총장도 겸직하려 드느냐", "국정원장이 검찰 '총'총장이냐"는 등의 격한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검사들은 "원 국정원장의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사권 침해"라면서, 원 국정원장에게 이 같은 검찰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對共) 사건을 비롯한 대형사건 수사에서 국정원이나 국세청, 금감원 등의 국가기관은 검찰의 수사에 협력하고,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왔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노무현·박연차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이 수사 협조나 협의 차원을 넘어, 월권(越權)을 한 케이스가 이 문제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무현 부부가 지난 2006년 9월 회갑을 앞두고 박 회장에게 시가 2억원 상당의 피아제(Piaget) 시계 세트를 받았다는 수사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가 보도된 것도 '국정원 작품'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측은 이 같은 언론 보도(22일)가 나가기 바로 전날 검찰 관계자에게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려면 피아제 시계 문제를 언론에 흘리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수사 간섭'에 해당한다고 간주해,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당초 피아제 시계 문제를 노무현 피의자가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할 경우에 대비한 '히든카드'중 하나로 사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검찰 내에선 이처럼 원 국정원장이 피의자 노무현을  불구속 기소하라면서 수사에 간섭한 것이, 과연 원 국정원장 말고 윗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4·29 재보선 이후로 연기하면서 서면조사 등 뇌물사건 수사에서 이례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을 계속 미루는 것도 이 같은 '외부기류'를 의식한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임 총장은 최근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는 검찰이 책임 있게,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검찰 내부인사들은 임 총장이 이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검찰 안팎에서 '책임 있고 독자적인'것으로 받아들여 줄지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