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제는 이대통령이 ‘군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언급하며 군의 기강확립을 강조했다.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60억 원 어치 폭죽 터뜨린 북괴를 비판한 것은 천안함 사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억지 대북대응 같이 들렸고, 군의 기강 강조는 설령 그 의도가 순수하다고 한들 좌익들이 천안함 사태의 피해자인 우리 군을 비난하는 데 힘을 보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의 속성을 안다면 모멸감을 유발하는 그런 발언은 삼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나마 이성이라도 제대로 박힌 대통령이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북괴의 소행임을 직감(지하벙커 회의를 보면 알잖은가)하면서도 ‘북괴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김빠지는 소리를 했지만, 이제는 일부러 ‘북괴의 소행’임을 암시하는 심증적 표현을 자주 쓴다.

아주 멋진 변화로 보인다.

오늘 뉴스에서 그 멋진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재향군인회외 군 원로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앞으로 천안함의 격침의 원인 나오면 말보다 행동으로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하여 원로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북 함정의 NLL 침범시 ‘경고방송’, ‘경고사격’, ‘격파사격’의 기존 3단계 대응에서 ‘경고방송’을 빼고 곧바로 사격에 들어가도록 교전지침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리고 ‘군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에서 오늘은 한층 목소리를 높여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할 때가 됐다”며 군 기강과 보고체계, 상황조치 능력, 무기장비 획득과 정비 등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그리고 군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작권 전환 시기의 연기”와 “서해지역 해병대 감축의 철회”를 피력하며 강력한 대응의지로 노장들의 걱정을 들어주었으며, 노 장군(아마 백선엽 장군인 듯)의 팔을 껴안고 같이 걸어가는 모습에서 눈시울이 뜨끔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내일은 김영삼,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을 초청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란다.

그 두 분들 역시 “북괴의 소행”을 확신하는 상태이고 보면, 이대통령의 이번 사태의 대응의지가 어떤지 읽어볼 수 있다.

아니 이렇게 멋진 이명박 대통령이 왜 초기대응 때는 ‘남북정상회담’을 갈원하는 친북웰빙세력의 의도에 휘둘려 ‘북괴의 소행이라고 예단하지 말라’는 식의 꾸부정한 예단을 하였단 말인가.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왜 지금까지 우리의 심장이 숯덩이가 되도록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단 말인가.

사실 필자를 비롯한 우파들은 초기대응 때 보여준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하였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느리게 하나씩 나타난 정황적 증거 덕분인지 이젠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괴의 소행임’을 느끼게 만든 긍정적인 면도 나온다.

이제부터 ‘북괴가 범인’이라는 확신 하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동안 증거찾기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이러한 정황 속에 어렴풋이 느끼는 게 있다.

군 정보기관에서 천안함 사고 직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했다는 소식을 얼른 보고 나서 생각난 건데,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 즉각 대응할 준비가 못 되어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일부러 대응조치 하기 전까지 ‘시간끌기’할 명분으로 ‘증거찾기’ 소동으로 국제적으로 시끄럽게 한 것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왠지 그런 쪽으로 느껴지는데, 그게 진짜라면 정말 대단한 고단수 대통령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