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선출직 행정 공무원직위에는 비중 있는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 직위요 또 하나는 서울특별시장 직위이다. 이 두 직위는 중앙직과 지방직의 규모 차이 말고는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다. 지자체의 활성화로 군 통수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이 서울특별시장에게 부여되어 있다. 국가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특별시의 장을 소통령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문제는 "노릇이 대통령의 버금가는 직위라고 해서 대통령과 똑같은 방법으로 선출되어야 하는가", 이다. 중앙직의 주요 공직자 피선임은 입법기관에서 소위 청문회라는 절차로써 어느 정도 전문적인 검증을 거치도록 되어있다. 도덕성, 능력, 자질, 그리고 분단현실에서의 건전한 사상 검증은 필수사항이다. 국가행정을 검증되지 않은 인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으로써 마련된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오늘 서울특별시장이 되려는 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없다. 서울시장을 대통령선거처럼 국민적 자유의지에 맡겨도 괜찮겠는가 하는 것은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출은 이념, 체제를 포괄한 국가 대표자를 뽑는 국민 주권적 권리행사요, 서울특별시장 선출은 서울시민에 의한 행정전문가를 뽑는 투표행위의 일종이다. 주요직위의 보직되는 행정가는 전문가 집단에 의한 청문회 등의 인사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장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절차로서도 검증되는 경우가 없다. 유권자인 서울시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인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따라서 서울특별시장 선출에 관한한 주민투표 이전에 일정한 검증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이다. 자방자치제와 연방제는 엄연히 다르다. 자자제의 범주에서 서울특별시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욱이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긍정하지 않고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가 지자체장 입후보자로 떳떳하게 나설 수 있다는 것은 구조적 모순과 제도 미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 시행착오가 완성도의 댓가라고 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해방이후부터 줄곧 남북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고집해 왔다. 조선노동당의 諸政黨에 대한 비교우위를 전제로 하고 대남 통일전선전술의 계략이 백방으로 드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는 제안으로 되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저들의 진정한 속내인 고려민주연방제의 제안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주의를 신봉하는 특정인이 서울특별시장으로 된다면, 김정일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리가 없다. 김정일은 앉아서 고려민주연방제의 첫 단추를 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과 평양을 남북관계가 아닌 남북지방간의 교류와 협력의 틀로 만들어 부문별로 유대를 확대하여 연방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치부문까지 깊숙이 파고 들것이다. 이 또한 남북관계의 취약점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특별시는 순수한 자치체로서 활동영역이 광범위한 반면 평양시는 조선노동당의 지방당인 평양시당에서 운영하는 체제이다. 김일성주의의 평양시정을 유연성이 강조되는 서울특별시정이 감당해 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박원순 일파의 당선은, 곧장 좌경화 노선을 준비하여 지자체 활성화에 앞장섰던 이전 좌파정당 및 시민단체와 김정일 일당의 맞춤형 통일전선전술의 대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시간적 겨를이 없다. 서울시민의 냉철한 판단에 의한 올바른 선택만이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