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동안 GS25편의점을 위탁경영했습니다.
처음부터 위탁경영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땐 처음이라 모르는게 많았기에 그저 본사의 지침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내 가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매출도 많이 올렸답니다. 매출이 오르자 본사에서는 격려는 커녕 오히려 재계약 때 수익분배를 더 안좋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매출이 높을수록 본사가 이익비율을 더 많이 가져간다고, 그게 본사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매출이 높아져서 발주량도 늘고 관리도 더 신경써서 해야하는데 수익비율이 더 안좋아지는건지.
그래도 본사방침이라니 참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건너편 아파트 입구에 CU가 오픈했습니다. 매출은 뚝뚝 떨어지고 본사에서 제시한 수익비율로는 도지히 운영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내년 최저시급으로는 알바비 주고나면 남는 돈 없이 하루 7~8시간씩 일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본사 직원이 편의점 알바에게 주휴수당 챙겨줄 필요없다, 최저시급에 3개월 수습적용해서 10프로 감면해서 줘라, 뭐 이런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아닌 걸 알면서, 부당한 걸 알면서, 부조리라는 걸 알면서 그저 생계를 위해 그곳에 순응하고 계속 살아간다면, 저도 결국엔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강요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분노하라."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고 했던가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옳지 않음을 묵과하며 살아가지 않는 길을 택했습니다.
마지막 정리하는 순간에도 유통기한 60일 이하로 남은 재고와 시설보수 등의 이유로 보증금에서 금액 차감을 통보하더군요. 10년이 다 되어가는 노후된 매장에 이것저것 사유를 대면 손 안될 곳이 없답니다. 운영하는 동안에는 별 말 없이 하던 것들인데 마지막이 되니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나 봅니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혹성탈출:종의 전쟁"을 봤습니다. 조금은 남아있던 미련과 아쉬움이 마지막 눈사태와 함께 쓸려 내려갔습니다.
누가 부당한 요구를 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그들도 스스로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작은 죄책감이 변화의 시작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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