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05-07-14 20:57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낙순 의원이 지난 5월 말 폭행사건에 휘말렸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지역의 한 식당에서 술자리 도중 동석자 한 명을 주먹으로 한 차례 가격해 상해를 입혔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는 코피가 터지고 코뼈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고등학교 시절 권투선수로 활약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의 이번 폭행사건은 지난 6월 초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속칭 ‘맥주병 사건’보다 앞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취재결과와 김 의원실 관계자들의 해명을 종합,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5월28일 김 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6~7명의 친구, 선후배와 양천지역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던 중 김 의원은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고향선배 A씨가 5~6명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 의원과 A씨 일행은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됐고 두 사람은 평소 쌓인 불만을 술기운을 빌어 슬슬 풀어놓게 되는 과정에서 급기야 분을 삭이지 못한 김 의원이 A씨를 향해 주먹을 날린 것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의원님이 ‘어제 내가 사람을 쳤다’며 ‘참았어야 했는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전하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과하고 원만히 해결을 봤다. 고소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다 끝난 일인데…”라며 곤혹스러움을 표시했다.
피해자인 A씨의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님의 고등학교(천안농고) 5년 선배이고 양천지역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재력가다. 의원님이 민주당 김영배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할 당시부터 친분을 쌓아온 사이로 평소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게 원인이 된 것 같다”는 것이 확인된 정도.
김 의원의 이번 폭행사건은 단순히 현역 국회의원이 ‘사람을 때렸다’는 것 외에도 지난 6월 정치권을 강타한 곽 의원의 ‘맥주병 난동’사건과 전후 상황이 너무나도 일치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김 의원이 ‘한 방’을 먹인 사람은 김 의원의 고교 선배였고, 곽 의원 사건으로 팔을 다친 노희찬 대구상공회의소 소장도 곽 의원에게는 고향 선배격인 사람이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또 피해자인 두 사람이 모두 상공인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노 소장은 대구지역에서 방직사업을 하는 상공인이고 A씨 역시 양천지역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재산가로 알려졌다. 게다가 폭행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모두 저녁을 겸한 술자리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폭행사건이 발행한 이유도 비슷하다. 곽 의원은 대구지역의 상공인들이 여당에만 후원을 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12명 전원을 배출한 한나라당에는 후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상공인들이 “한나라당이 대구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라고 한 말이 사건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유사하게 김 의원도 자신이 보좌관, 시의원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줬던 A씨가 평소 자신을 괄시한다고 생각해 온 것이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됐다고 한다. 결국 두 사건 모두 ‘평소 쌓인 감정’이 폭발해서 발생한 일이었다.
곽 의원은 지난 6월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이후 당 홍보위원장 및 대구시당 수석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하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곽 의원 사건이 알려진 이후 열린우리당은 곧바로 ‘오만한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의 천태만상’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골프 접대 받고 술까지 먹으면서 맥주병을 날리다니, 과연 대구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면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대구 시민과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이번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진상을 조사하고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적절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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