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358개의 대학·전문대학 중 87개 대학을 2009년까지 통·폐합해서 없애겠다는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특별법을 만들고, 고등교육평가원도 설립하고, 교원확보율·취업률 등 대학의 교육여건과 교육성과도 공개하겠다고 한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의 작년 조사에서 인구 2000만명 이상 세계 30개 국가 중에서 우리의 청년인구(25~34세) 대비 고학력자 비중이 3위였다. 대학진학률만 따지면 일본(49%)의 거의 2배에 육박하는 81%다. 그러나 대학이 자격을 갖춘 고급인력을 길러내 노동시장에 내보내는 능력에 있어서는 30개국 중 25위에 불과했다. 대학 건물만 지어 놓고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내보냈다 해온 것이라는 말이다.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은 과감히 정리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신입생 수를 늘려서 등록금 장사 하는 데만 골몰해온 대학들은 나라의 미래에 부담만 될 뿐이다. 인용횟수가 많은 국제수준의 논문 편수를 집계한 NCR 통계(2002년)에서 5편도 발표하지 못한 대학이 190개나 됐다. 연구실적이 없다면 학생들에게 실력과 기술이라도 붙여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졸자들을 써먹을 데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대학들의 졸업장은 젊은이들의 눈높이만 높여 놓는다. 중소기업의 일손부족을 메우는 데 보탬도 되지 못하면서 능력에 부치는 일자리만 쫓다가 좌절한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한(恨)만 키우는 것이다.
대학답지 않은 대학들을 도태(淘汰)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학생 대비 교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도서관에 책은 있고 연구실에 실험기기는 갖추고 있는지, 졸업생은 사회의 어느 부문에 얼마나 진출하고 있는지를 학생과 학부모가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막대한 인원과 시간을 투입해 작성한 대학평가자료가 교육관료들의 캐비닛 속에 사장(死藏)된다면 백날 평가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평가도 대학별 특성화와 차별화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대학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실제 교육에 필요한 투자가 아니라 평가에 대비한 투자만 이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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