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잇단 연구비 횡령 사건은 진흙탕에 빠진 교수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가짜 세금계산서를 꾸미거나 ‘카드깡’을 해 부당하게 돈을 타내, 아파트 구입이나 카드빚을 갚는 데 쓴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또한 아무리 연구비가 비현실적이라도 해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몇 푼 안 되는 제자들의 연구비를 가로채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른 대학에서는 제자의 연구비를 상납받은 교수도 있었다.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과 착복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서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에만도 유명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 등에서 서너건이 불거졌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돼 학자적 양심에 기대거나 자율 정화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비 지급 및 관리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심하게 비틀린 연구비 집행풍토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학 연구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려면 대학본부 등에서 엄정하게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 지금처럼 단과대나 단과대 내 임의기구 등 여러 곳에서 관리하면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공대가 연구비 지출 담당기관을 현재의 10여곳에서 2곳으로 줄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교수들에게 연구 활동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용역 연구의 경우 대학원생들은 인건비를 받지만 정작 교수는 인건비가 책정돼 있지 않다. 지도 교수가 제자인 대학원생들의 생활비까지 책임지는 풍토 속에서 연구비에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연구 관리의 환부를 도려내되 양심적인 연구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차제에 열악한 대학 연구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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