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인터뷰
선제적 억지전략… 도발해 얻는게 1이라면 '손실은 몇십배' 알게하는것
"軍편제·무기체계 쇄신"… 미국의 태평양사령부처럼 육해공 합동 ‘前方司’ 검토
국민에 하고싶은 말… ‘北 위협 안된다’ 인식 잘못 현역복무 24개월은 돼야
"반(反)공화국 대결책동을 정당화하는 반통일분자." 북한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가 14일 이렇게 비난하고 나선 사람이 있다. 이상우(72) 전 한림대 총장이다. 올 초부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으로 일하던 그는 최근 대통령직속으로 신설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을 겸하면서 안보태세 확립의 선봉에 섰다.이 의장은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대응 조치로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중 핵심은 북한이 다시 도발하려 할 경우 북한의 지휘체계와 주요 공격수단을 타격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기조를 전수 방어 전략에서 억지 전략으로 바꿈으로써 '선제(preemptive) 공격' 역량을 다지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경제적인 파산까지 이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 ▲ 70년대부터 정부의 국방정책을 자문해온 그에게 요즘 긴 직책이 두개 붙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겸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군도, 국민도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했다. /최순호 기자 [email protected]
그는 이 같은 선제공격 준비론이 전쟁주의가 아님을 강조했다.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억지전략은 상대방 정책 결정자(김정일)의 의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도발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게 1인데 거꾸로 몇십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면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단기적인 대북 군사보복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나, "한미 군사 훈련, 특히 서해에서 대잠(對潛) 경계 훈련 강화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포를 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통신이나 레이더 작동 등을 전자무기로 마비시키는 전자전을 경우에 따라서는 검토할 수 있다"면서 "당장 권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지만 우리가 결심하면 얼마든지 수단이 많다"고 했다.
이 의장은 비군사적 대북 조치로 "북한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사업을 포함해 남북경협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막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의장은 70년대 자주국방개혁, 80년대 8·18 국방 개혁, 90년대 국방개혁추진위원회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4차례 주요 국방개혁 작업에 참여하게 된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해 "미국의 지역사령부처럼 북한과 접경지역에 전방사령부를 만들어 육군, 공군, 해군이 함께 일하는 통합군이나 합동군을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3군 사관학교의 상호 교류 교육을 6개월~1년 정도까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제4세대 전장, 비정규전 위주의 전장에서는 군단→사단→여단 등으로 내려가는 획일적 부대구조는 재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산악전, 특수전, 기갑 등 다기능 전투단위를 만들어 마치 장난감 레고처럼 조합하는 유연한 부대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인책 인사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어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북한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2014년까지 18개월로 줄이도록 한 사병 복무기간에 대해 "(군 내부에서) 말도 안 된다고 아우성들인데, 표를 생각하는 정치권을 의식해 아무도 말을 못 꺼내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복무기간은 적어도 6개월 늘려 24개월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의장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국민들이 안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 북한이 도발한 뒤 조금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