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
김정일 위원장님! 그동안 건강하신지요? 작년 6월15일에 이어 남북공동성명 발표 4주년이 되는 오늘 다시 글을 올립니다. “남들은 내가 숨어 지낸다고 하는데, 나는 가려져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남쪽의 TV방송도 시청하고 신문에도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하시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웃으시던 모습이 시나브로 떠오르는군요. 그래서인지 혹여나 이 글을 보실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김 위원장님! 지난 4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국 방문에 뒤이어 일어났던 용천역의 폭발사고로 얼마나 심려가 크셨습니까?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들께도 조의를 표하며 심한 상처로 고통을 받고 있거나 피해를 복구하느라 땀흘리며 고생하는 형제들에게도 위로와 함께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오늘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님이 평양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신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의 7천만 가족 모두가 감격 속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날이었습니다. 남북공동성명발표는 지구촌을 놀라게 했고, 남북이 하나로 되기 위함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공동성명이 발표되던 2000년 6월의 평양 모습을 TV생중계로 지켜보며 흑백사진 한 장만 남아있는 황해도 해주에 계시는 고모님이 생각나 눈가에 물기가 돌며 코끝이 찡해오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겠지만, 북녘에 고모님을 둔 이산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받는 감격은 집사람에게 조차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제는 북한이 강력한 개혁·개방정책을 통한 시장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중국 신화 통신의 뉴스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평양시내의 양각호텔과 고려호텔에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같은 핏줄이라서 그런가요? 제가 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작은 자부심이 일더군요. 더 이상 폐쇄된 국가가 아닌 열린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내용의 뉴스를 접하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전국 각지의 명승지와 상점들이 활기에 넘치고 영어와 중국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는 글을 읽으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저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하는 일들은 육로로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게 되었고, 며칠 전 남북의 군(軍)장성급 회담이 성공리에 끝난 것과 그동안 서해상에서 일어났던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의 함정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무선교신이 이루어졌다는 남북한의 공동 보도였습니다. 6·15공동선언 4주년을 기념하는 선물치고는 너무도 값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6일부터는 남북군사분계선에서 50년 넘게 행해졌던 상대방을 자극하는 선전 선동 문구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고, 6·15공동성명 발표 4돌을 기념하여 남한에서 치러지는 ‘우리민족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북측의 대표단이 직항로를 이용하여 인천공항으로 오신다는 보도는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2000년에 있었던 김정일 위원장님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명하시고 발표했던 6·15공동성명의 결실이라 하겠습니다.
남북정상의 만남이 분단 후 처음 이루어지던 2000년 6월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나셨던 평양의 순안 공항에서부터 회담이 끝나던 15일까지 3일 동안, 남한의 대통령을 국가 원수 차원에 앞서 나이든 어른께 예로서 정중하게 모시는 위원장님의 아름다운 모습은 저에게 김 위원장님의 새로운 이미지를 새겨주셨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충효사상을 으뜸으로 쳐왔습니다. 그러한 우리 고유의 전통 풍습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은 커나가는 어린이들에게도 산교육이 되었으며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감격하게 했습니다.
그러한 위원장님의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훗날 부산의 아시아올림픽대회와 대구의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많은 북한의 응원단들이 대구와 부산을 찾아 형제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동포애를 나누며 대회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친애하는 김정일 위원장님!
적절한시기에 남한을 방문하겠다고 말씀하신지 어언 4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제일 빠른 것이다’는 말도 있듯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셔야할 것입니다. 두 정상의 약속이기에 앞서 7천만 민족과 후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꼭 약속을 지키셔서 훗날 남북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한 획을 그었던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으시길 바랍니다. 개인의 명예를 떠나, 7천만 민족의 소원을 푸는데 열쇠역할을 했던 인물로 말입니다. 지금까지 답방을 못하고 계신 것도 위원장님이 남쪽을 방문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여러 조건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못하는 것으로 짐작을 해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생각하거나 세계열강구도속의 복잡한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신다면 무엇이 두렵고 가리겠습니까?
친애하는 김정일 위원장님!
위원장님께서도 이데올로기로 인해 남북이 둘로 갈라져있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리라 여겨집니다. 이제는 위원장님이 민족의 숙원사업을 이뤄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남한을 방문하시어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대화할 때가 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지속되고 있는 분단이라는 비극의 막을 내려야 하는데 김 위원장님의 힘이 절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4년 전 오늘 남북 정상이 함께 발표했던 공동성명의 참뜻을 잊지는 않으셨겠죠. 저는 현역 정치에서 물러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김정일위원장님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위원장님의 서민적인 털털한 목소리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파 하는 남쪽의 형제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심어주시기를 갈망합니다. 꼭 그리해주시리라 믿고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종아니 올림
11226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