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러시아 한인동포(고려인)들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지난달 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동안 보인 고려인에 대한 인식 부족, 고려인과 관련된 상식 밖의 발언 내용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고려인 사회가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근 고려인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노 대통령 러시아 방문 얘기가 나온다. 특히 지난 3일 러시아 전역에서 1300여명의 고려인이 참석한 이날 행사장에 모인 대부분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노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는 말만 간담회였지 몇명 초대받지도 못했고, 고려인협회장은 대통령에 말 한마디 못했다. 마이크조차 잡지 못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만 30분 동안 듣고 나왔다”, “동포들에게 따뜻한 위로 한마디 없었고, 참석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악수조차 하지 않더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지방에서 1시간여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 이 정도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급기야는 “그 흔한 시계, 기념품 하나 주지 않더라”며 섭섭한 감정까지 내보였다. “고국에서 대통령이 왔는데 고려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준 게 하나도 없었다”고도 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이뤄진 동포간담회에 3번이나 참석했다는 고려인은 “이렇게 허전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고려인 원로(元老)는 “고려인들이 한국에 돈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한 대통령의 말을 듣고 처음엔 귀를 의심했으며, 통역이 잘못됐는지 재차 확인까지 했다”며 “대통령이 고려인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더라”고 말했다.
일부 고려인들은 “노 대통령과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측이 15만명의 고려인이 아닌 오직 한명의 고려인 의원에게만 신경썼다며 “고려인협회장이 아닌 초선의원인 장 류보미르 의원이 대통령 환영사를 하고, 별도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대학 연설을 들었다는 한 고려인 지식인은 “강연 막바지에 노 대통령이 ‘20대로 돌아간다면 모스크바 대학생이 되고 싶고, 여기 있는 러시아 여학생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듣고 기가 찼다”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가 지켜보고 있는 면전에서였다. 이런 농담은 러시아 정서상 하지 않는 게 백번 나았다는 중론이다.
고려인 지도자들은 이번 노 대통령의 방러는 15만명의 고려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며, 한인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맞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센터 건립 지원 등에 대해 한 마디하지 않아 대단히 섭섭했다고 말했다.
고려인협회 간부들은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노 대통령을 떠나보낸 뒤 속만 태우고 있다. 젊은 인재 양성 등 독일과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 내의 소수 자기 민족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하는지 예를 드는 것도 이제 지쳤다고 그들은 말했다.
조 바실리 고려인협회장은 “우리는 고국에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빵이나 물고기를 지원받길 원하지도 않는다. 차세대 고려인들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오리와 같은 능력을 갖도록 정신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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