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학법’ 헌재도 나서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제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초다. 그러나 당초부터 거대 여당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만큼 개정 이후에도 이로 인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었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가 상당기간 공전됐다.
12월 말에는 사학법인 측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을 구하기 위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여야는 장기간의 정치공백 상태를 피하기 위해 지난 4월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재개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이제 그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다급해진 것은 사학법인 측이다. 특히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여야의 조속한 사학법 재개정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동시에 법이 시행될 경우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개정 사학법에 당초부터 몇 가지 무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몇 차례의 공개적인 토론회에서 정부와 여당 측에서 추진한 사학법 개정의 전반적인 취지에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지적은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립대학의 의사결정기구로 대학평의원회라고 하는 획일적 틀을 법제화한 것은 헌법상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이사장의 학내외 학교장 등의 겸직을 금지한 것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그리고 장애 발생 행위 방조 등을 이사 등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사유로 규정한 것은 이른바 불확정 개념에 의한 사학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점, 교원 채용시 공개 전형에 의하도록 한 점은 잘한 것이지만 종립학교의 경우 그 특수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빠진 것은 사학의 종교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개정 사학법의 상당수 문제점들은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보완했다고 하지만 위에 적시한 것들은 이로써 해결되는 차원이 아니다.
개정 사학법에서 중요한 쟁점은, 정부와 여당이 강조하는 법 개정의 취지나 목적보다도 과연 그 방법이 적합한가, 다른 대체 수단은 과연 없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앞에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법은 현실 적합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상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이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면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합의로 19일부터 2주일간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다. 여야가 여러 가지 사정상 이 짧은 기간에 재개정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평소 기왕에 개정된 법에 대해서는 그것이 일단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 이상 그 판단을 기다려 보아 그것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그러나 여야가 다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다루기로 약속한 이상 정치권으로서는 이 또한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고 본다. 사실상 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로서는 여야가 재개정 논의에 합의를 했다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재판을 예정대로 하는 것이 머쓱한 일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든 위헌이든 이제는 소신껏 판단하여 사학법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켜 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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