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과 수양제
나는 오래전 아주 감명 깊었던 화재진압 현장을 기억하고 있다. 10여동 아파트를 짓는 공사현장인데 골조는 다 되었고 내장까진 들어가진 않은 상태였다. 그 중 몇 채는 자재 창고로 쓰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칸에서 큰불이 났다. 소화기를 쏘아대고 물을 퍼날아 끼얹고 긴 막대기로 불붙은 물건들을 끄집어내는 등 전 직원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불을 껐다. 공사 과장은 시커멓게 얼굴이며 옷이며 그을리며 “김기사 이대리 최주임” 불러대며 지휘했다. 화재가 확산될 위험은 없고 소문 날 것 때문인가 신고는 않아 소방차 없이 화재는 진화되었다.
그런데 중역인 그 현장 소장은 50~60m 떨어진 현장사무실 2층 난간에 서서 뒷짐 쥐고 바라만 보면서 화재가 다 진압될 때까지 미동도 어떠한 말 한마디조차도 없었다. 불이 모두 진화가 된 다음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마 불탄 현장 정리가 끝나고 그을린 몸을 씻은 후 직원회의를 소집해서 불끄느라 애썼다고 말하고, 화재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말하고, 책임자 문책도 있었으리라 본다.
나는 굳굳하게 그현장을 받치는 기둥처럼 서있던 이소장님의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 후 들은 이야기인데 그 분은 그 회사 어느 현장보다도 영업실적이 우수하고 직원들에게도 존경받는 소장님이라고 했다. 그 많이 쌓여있는 자재가 불타고 있는데도 어느 책임자가 그렇게도 침착할 수가 있었을까? 만약 소장까지 나서서 설쳐댔다면, 직원들은 오히려 쫄아서 우왕좌왕 하다가 화재진압은 어려웠을 것이다.
조그마한 공사현장에서도 대장은 직접 나서서 너무 설쳐대지 않는 것이 좋았듯이, 대통령이 직접 토목사업을 벌려 워카발로 밀고나가는 국가운영 방식은 결코 시원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너무 설쳐대면 재능을 가진 공무원들이며 기업들 모두 기죽기 십상이다. 이젠 과거 박정희 시절처럼 대통령이 주도한 일사불란함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과 삼성 엘지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도록 그 바탕을 만들어 주는 통치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만리장성을 업적으로 삼으려는 진시황제나, 대운하를 파는 수양제의 통치방식은 백성들을 위한 다른 모든 가치를 뒤로 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김종서에게 국방을 맡겼고, 집현전 학사들에게 한글창제를 하도록 했고, 장영실을 통해 측우기 등 과학의 길을 열었고, 깨끗하고 포용력 있는 황희정승에게 전반적인 국사를 총괄토록 했다.
나는 李會昌이 그런 세종대왕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6. 10. 26
-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 이고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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