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대부...김대중 전 대통령
포퓰리즘, 기존질서 파괴로 민주주의 위기 초래
1990년대 이후 남미와 동유럽에서는 신자유주의와 포퓰리즘이 결합된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 성행했고 지금도 그 영향권안에 있다.
그동안 시장경제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와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내세우는 포퓰리즘은 서로 조화되기 어렵다는 통념이 있었으나 이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의 대두는 경제가 위기이며 집권세력이 소수파이며 지도자의 자질이 포퓰리스트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그 성격에 유사하다 할 수 있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경제위기속에서 집권한 김대중정부는 IMF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수용했고 노동자들이 실업을 감내했다. 개혁의 결과 1999년 경제는 10.9%의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고 외자 또한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경제여건의 개선은 곧 그동안의 인내세력의 반발에 부딪혔고 김대중정부는 자본과 노동세력으로부터 협공을 당했다.
아울러 200년 4월 총선이 다가오자 김대중정부는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소수파의 한계를 넘기 위해 몇가지 정치적 전술을 구사했는데 여기에 포퓰리즘 정책들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에 의한 기초생필품 보장, 근로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 및 직업훈련 제공, 직업창출 등을 골자로 한 ‘생산적 복지’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란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증대됐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전술이란 측면에서 졸속 선심성 복지정책의 성격이 강했다.
또한 시민단체가 행한 부패정치인 추방 명목의 ‘낙천·낙선운동’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의 뜻, 시대의 흐름, 법률로 얽매서는 안될 문제”라며 시민단체의 활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이 같은 정치전술은 김대중정부를 포퓰리즘적 정권으로 규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김대중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것은 소수파 탈출이었고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 정권이라고 규정하는 데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포퓰리즘의 성격은 김대중정부보다 노무현정부에서 찾는 것이 더 쉬울 듯하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와 마찬가지로 소수파정권이란 한계를 가지고 태동했다.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정부는 ‘국민참여’, ‘균형발전’ 그리고 ‘동북아경제중심’을 제시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청년실업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북아경제중심’이나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비전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 와중에도 지난 10개월 동안 노무현정부는 ‘국민참여’만큼은 활력을 보였다. 네티즌의 파워를 정치적으로 동원해 집권한 최초의 정권답게 국정현안은 물론이고 인사문제까지 국민-더 정확하게는 네티즌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 같은 정치적 시도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참여모델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의 확률도 그만큼 높다.
노무현정부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포함해 기존정당을 모두 불신하고 영향력이 큰 언론과 불화관계에 있으며 대의제를 우회해 대중과 무매개적으로 접촉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상 최초의 ‘디지털포퓰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참여라는 이름으로 노정권과 코드가 맞는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기존질서를 공격하는 작업이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디지털포퓰리즘’이 대두할 한 징조다. 특히 이들이 기존질서에 대해 보여주는 ‘분노의 정치’양상은 포퓰리즘이 가진 공격성과 파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무현정부의 결단부재다. 최고결정자가 이해가 충돌되는 주요국정현안에 대해 참여와 공론 청취라는 미명 하에 자신이 해야 할 결정과 결단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참여가 결코 지도자의 결정이나 결단이 될 수 없다.
백승호기자 2003-12-11 오후 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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