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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파병준비, 테러단체보다 못하다
[머니투데이 장현진기자]바그다드에서 활동 중인 미군 군납업체 가나무역의 직원인 김선일씨(33
세)가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돼 살해될 위기에 놓였다.

김 씨는 지난 17일 이라크인 직원 1명과 바그다드에서 200km 떨어진 리브지캠프를 떠나 팔루자
지역을 지나던 중 무장단체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소속 "모나키즘 및 지하드(유일신 및 성
전)"의 조직원에게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납치된 날은 한국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이 결정되기 하루 전인 17일이다. "모니키즘
및 지하드"라는 이 단체는 카타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에 보낸 동영상에서 "한국 정부는 우리
영토(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추가 파병도 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
이지 않을 경우 24시간 내에 인질을 참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나키즘 및 지하드"는 영상 메세지에서 "이라크에 추가 파병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은 한국의
추가 파병 결정에 미리 주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추가 파병이 결정될 경우 한국 정부에 강
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김씨를 미리 납치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이 단체는 비정부기구(NGO) 종사자나 언론인이 아닌 미 군납업체 직원을 납치 대상으로 하
는 치밀함도 보여줬다. 앞서 지난 4월말 테러단체에 납치됐던 일본인 3명은 모두 언론인이었다.
당시 이라크 종교평의회는 언론인을 납치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했고, 테러단체는 이를
받아들여 인질을 석방했었다. 그러나 군납업체 직원은 다르다. 이들은 전쟁에서 이득을 얻기 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테러 조직인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는 18일 미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 폴 존슨 마샬을 납치, 처형했었다.

반면 지난 18일 이라크 추가 파병 일정을 최종 확정한 한국 정부의 준비성은 이라크 무장단체
보다도 못한 모습이다. 추가 파병 결정 전에 이라크 교민들을 미리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켜야
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추가파병이 결정된 다음날인 19일에야 국민들에게 이라크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이라크 현지에서는 교민들에게 이메일 안내문을 보냈다. 이 때 이미 김씨는 테러
단체의 손에 있었다.

외교통상부는 21일 김 씨 피랍 소식이 전해진 후에야 이라크 체류 한국인 현황을 파악하는 등
뒤늦게 조치에 나서고 있다.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김 씨가 무사히 석방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파병 준비
에서 테러 단체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였으나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 김씨 구출에 성공하기를 간
절히 바란다.

장현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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