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시절에
늦봄 문익환 목사님이 옥살이하실 때
하신 말씀 중에, 참언론 한겨레신문을 보시면서
날마다 시를 만난다고 하셨는데
나는 오늘도 이 신문을 배달하며
독자가 쓴 시 "여름 길목에서"라는 시를 읽었고
또 한 편의 시 같은 작은 기사를 읽으며
"홀몸노인 노린 '꽃뱀' 덜미"가 잡힌내용이랍니다
"외로우시죠. 저도 혼자 사는데 함께 살면 어떨까요"
오십 두 살의 이아무개 여자는,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접근해 상습적으로 돈을 뜯었다지
생활정보지의 "배우자 구함"이란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한 뒤 찾아와 몇 마디 끝에 동거를 제의하고
함께 생활하던 이 여자는 절실하게 말하기를
"친정에서 많은 유산을 상속받게 됐는데 등기비용이 필요하다"
라고 하여 0씨는 평생 모은 돈뿐만 아니라
친척과 이웃에게 손을 벌려 28차례에 걸쳐
5억2천여만원을 줬었고, 돈을 챙겨 달아난 여자는
경찰에 잡혔다, 대전의 한 노인도 같은 수법으로 7천만원
청원의 한 노인도 같은 수법에 당하고 충격으로 자살했다는
이 사건의 주인공 여자가 유창한 거짓 진술서를 남기며
법정에서 뻔뻔스럽게도 위풍당당한 연출을 시도하리라
이제 꽃뱀은 소기의 목적달성을 하고
형이 확정되면 형벌의 수용생활 안락하게 지내며
영치금으로 여생을 조용히 보내겠지만
돈을 잃은 노인네는 한숨짓고 무슨 고락으로 살아야 하나
오히려 지옥 같은 삶일진대 차라리 사바세계에서
공수래공수거를 얼버무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나 꽃뱀은 다시 죄를 뉘우치고 거듭난다면서
새로운 종교를 믿을 수도 있고,
기결수 되면 책 읽을 시간은 많아서
틈만 나면 시집도 읽고, 체험적인 시를 쓰고
마침내 꽃뱀이 수 십여 년 형기마치고 출소 할 때
'꽃뱀의 독백'이란 시집을 세상에 내던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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