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서 먼지 안 나는 방석이 없다. 비단방석 조차도 털면 먼지가 휘날린다. 요즘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먼지 털기가 한창이다. 그것도 유력한 후보일수록 더 두드려댄다. 아예 쓸모없는 방석은 먼지가 묻든 말든 관심도 없다.
먼지가 날리면 방석을 이용할 사람은 우선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역시 그 방석이 필요한 방석임을 알게 된다. 그 먼지가 방석의 성질상 당연히 있을 정도면 흠이 아니다. 푹신한 지 시원한 지 용도를 보고 방석을 평가하지 않고 떨어지는 먼지를 보고 방석을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먼지가 아니고 오물이 묻었다든지 찢어졌다면 그건 방석으로서 가치가 없을 것이다. 어떤 방석은 먼지가 아니라 아예 오물이 묻었음이 들어나 방석으로서 가치가 없음이 판명될 수도 있다. 아무리 푹신해도 냄새가 나는 방석을 깔고 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도 여느 후보마냥 먼지가 없을 리가 없다. 그는 천사도 아니고 성인군자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먼지는 방석인 이상 원천적으로 날 수 있는 먼지가 대부분이다. 그 방석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먼지가 나는지 뒤집어 보기로 하자. 그와 관련된 문제들은 주로 공익법인과 관련된 것들이다. 돈 냄새 풀풀 나는 숨겨 논 재산문제가 아니라 운영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드라이한 법률적 문제들이다. 그 자리에 있으면 운영책임이 있고 그 자리에서 나오면 전직일 뿐인 공직과 같은 문제들이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공공기관의 책임을 맡았다가 고스란히 모든 걸 놓고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첫째 현직 대통령부터 나서서 그는 독재자의 딸이라고 흔들어댄다. 맞다. 그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다. 그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직 대통령이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했을 때 그 화살은 오히려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가 박혔다. 방석을 이용할 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는 먼지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점이 좋아 보인다는데 어쩌랴. 박근혜의 인기는 물론 그녀 특유의 캐릭터에 있기도 하지만 그 근원은 이 나라를 가난에서 구해낸 박정희의 딸이라는데 있다.
둘째 정수장학회 문제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업적 중에 공과로 나누면 오히려 과보다는 공에 속할 문제이다. 그는 다른 대통령들처럼 비자금을 숨겨놓고 요리조리 돌리며 치부하지도 않았다. 독재자 소리를 들으며 일만 하다가 숨졌다. 자식들의 생활비조차 남겨 놓지 않았다. 정치적 격변기에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나타난 재산을 정치자금이나 개인용도로 착복하지 않고 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재단의 기본재산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은 오히려 잘한 일로 평가된다. 그 동안 수많은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서도 지금은 설립당시보다 몇 배로 기본재산이 늘어났다. 그 재산이 어찌 누구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있겠는가! 문화방송의 30% 주주로서 연간 몇 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 받을 뿐 문화방송의 운영은 전적으로 방문진의 손에 달려 있고 그 뒤에 있는 정권의 의중에 달려 있다. 문화방송의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박정희를 비판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100% 주주인 부산일보는 사원주주 회사나 다름없이 경영진을 내부에서 구성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영과 자본이 잘 분리된 자율화 회사가 부산일보일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설립 이후 50년이 다 되어 가는 동안 이 나라 장학단체의 모델이 될 정도로 착실하게 운영되어 왔다. 재단의 이사진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교육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하고 퇴임한다. 주식회사처럼 주주들이 뽑으면 임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승인을 얻어야 취임할 수 있다. 이사로서 자격이 없거나 불법적이면 교육부가 승인을 하지 않는다. 임기동안 충실히 임무를 다 하다가 퇴임하면 그만이다. 국가 공직과 다를 바가 없다. 정부 출연기관의 임원을 대통령 측근이 맡았다고 해서 그 기관을 사유화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어차피 권한 있는 범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다. 임기 동안의 직무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매년 예․결산을 감독기관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 감사도 받는다. 재단의 자금을 잘못 집행했다가는 감독기관으로부터 문책을 당한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사진을 거쳐 간 것처럼 박근혜도 한번 거쳐 간 이사장일 뿐이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못 될 이유가 없다. 이유가 있었다면 당연히 교육부 승인과정에서 거부되었을 것이다.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횡행하는 시대에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이루어진 일가지고 먼지난다고 떠들 만큼 그 방석은 오히려 쓸 만한 방석이 아닐까?
여기서 영남대학문제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영남대학교는 설립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확실하다. 정수장학회나 마찬가지로 그의 사적 재산을 출연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군소 대학을 통합하여 지역사회에 제대로 된 사립대학을 하나 만들어 놓는데 대통령의 힘이 이용된 것이다. 지역사회는 오히려 반길 일이었다. 오늘날 국립 경북대학교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대학교로 성장한 것은 바로 이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그 학교가 개인 소유인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임원을 맡아 운영할 뿐이다. 지금 관선이사들이 운영한다고 해서 그 대학이 국립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가 승인한 이사들은 임기동안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 박근혜가 관여한 것은 사실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그가 아니어도 영남대학교는 지역사회 유지들로 구성된 이사들에 의해 충분히 운영될 만큼 기반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집권층과의 관계로 보아 박근혜가 학교 운영에 필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가 이사장을 맡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주어진 임기동안의 직책이지 그의 사유재산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정도가 그의 흠이라면 박근혜는 그 정도가 흠이 되어야 할 만큼 상대적으로 흠이 적은 것이 아닐까?
이제 본격적인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은 순진한 유권자를 끌어들일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한 화장도 요란하고 상대방의 흠을 들춰내는 일에도 열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은 있는 자신의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보이고 상대방이 감추고 있는 흠을 찾아내는 정도여야 한다. 아예 사기꾼 같은 흑색선전 전문가를 동원해 상대방에게 없는 먼지를 뒤집어 씌우는 치졸한 방법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지난번 대선을 통해서 이미 학습효과를 단단히 거두었기 때문이다. 순진한 유권자를 영악한 유권자로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들 정치꾼들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순진한 유권자를 상대로 진실게임으로 정직한 대선을 치르는 것이 정공법임을 모든 후보들은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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