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추가조치
'키 리졸브' 등 훈련 강화
美 최신예 전투기 증파… 美 7함대 항모전단 파견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의 10억달러 무기거래 타격
계좌동결 등 돈줄 죄기도

한국과 미국은 우리 정부가 24일 발표한 천안함 대응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6일 한국을 방문해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미가 검토해왔던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미 외교장관은 26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제재의 정당성과 원칙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미국이 취할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한국과의 조율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며 "미국은 군사·외교·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를 취할 근거가 되는 미국 국내법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가 있다. 다자적, 독자적 분야에서 북한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韓美)가 취할 군사적 조치로는 94년 중단된 '팀 스피리트' 훈련 같은 대규모 한·미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북한은 팀 스피리트 훈련을 시작하면 자신들도 준(準) 전시상태로 군을 가동시켰기 때문에, 연료와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 야외 기동훈련이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실시 중인 키 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을 실전 위주로 강화할 수도 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를 한국에 증파하는 방안도 선택 사항 중 하나다. 우리 군은 6~7월 중 실시될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위해 미 7함대 소속 항모전단 파견도 요청했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는 방안도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론 천안함 조치의 하나로 채택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제재 수단으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거나, 2005년 북한이 거래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돈줄을 조였던 방식의 금융제재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 조치가 가시적인 조치라고 한다면, 미국의 조치는 눈에 띄진 않지만 길고 뼈아픈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현재 국무부, 재무부 등에 분산돼 있는 대북 제재 시스템도 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등 5개 법률로 제재를 받게 되고, 연간 10억달러로 추산되는 북한의 무기거래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천안함 격침이 민간인에 대한 테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 테러단체와 무기거래를 시도했다는 증거를 수집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제재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BDA 식 돈줄 죄기와 함께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 마약거래 같은 음성적 외화수입 경로를 틀어막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미는 이와 함께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때 기존의 대북 결의안 1718호와 1874호의 이행을 촉구할지 추가적인 제재안을 낼지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보리 회부는 우리 정부가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방식을 택하고, 제재 결의안은 미국이 제출하고 주도하는 등 한·미가 역할 분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