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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22일 저녁(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최
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씨 9.11'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 일가와 오사마 빈라덴 가문 간의 30년 간에 걸
친 뿌리깊은 사업적 유착관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로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인 비난을 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화제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직 미국 내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있다.

무어 감독은 자신의 22살 딸과 "우리의 행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자신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
다.

그는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수상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부시 행정부는 시작부터 제멋대로였으며 "우리는 미
국인으로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그가 바라
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부시가 프리첼이란 과자를 먹다 과자가 목에 걸려 질식할 뻔 했던 일을 빗
대어 부시가 프리첼을 먹는 동안에 자신의 수상소식이 전해지지 않길 바란다며 부시
에 대한 조롱도 잊지 않았다.

`화씨 9.11'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Most Dumest man)이라고까지 표현한
부시 대통령에 대한 무어 감독의 경멸은 일회성이 아니다.

무어 감독은 지난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창피한 줄 알아라
"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으며 지난 16일 영화제 관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부시가 재집권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부시의 당선을 개표조작에 따른 일종의 쿠데타라고 격하게 비난하는가 하
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부시 축출을 위한 유엔군 파병을 요청하는 공개편
지를 보내는 등 어찌 보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일관되게 부시에 대한 혐오감을 밝히
고 있다.

백악관은 무어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소식에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불편
한 속내는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수지 드프랜시스 백악관 대변인은 무어 감독의 수상에 대해 미국의 위대성은 모
든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마음대표 표현할 수 있다는데 있다면서 그 이상 논평할 것
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화씨 9.11'은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
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아직 상영관을 찾지 못한 신세다.

이 영화는 당초 디즈니의 자회사인 미라맥스를 통해 배급될 예정이었으나 디즈
니가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의 배급사가 되는 것이 부적절하
다며 이를 막는 바람에 미라맥스를 통한 영화배급은 불가능해졌다.

그나마 미라맥스가 지난 12일 영화의 판권을 디즈니로부터 재매입함으로써 제3
의 배급사를 통한 배급의 길은 길은 열렸으나 아직 배급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다.

무어 감독은 앞서 백악관이 영화의 제작과 상영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반(反)대기업, 친(親)노조 성향의 사회운동가적 기질을 보이고
있는 무어 감독은 처음으로 연출한 제너럴모터스(GM)의 전횡을 고발한 `로저와 나'(
Roger and Me)로 한순간 유명인사가 됐으며 지난해에는 '보울링 포 컬럼바인'(Bowli
ng for Columbine)으로 지난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또한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en)이란 제목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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