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탈영하거라!
아들아 탈영하거라! 그리고 우리가족 모두 밀항선을 타고라도 이민을 떠나자!
네가 목숨걸고 지켜야할 조국은 대한민국이 아니란다. 벌써 모두들 잊어버릴 만도 한 수십 년 전에 전사한 자기나라 병사의 유골이라도 찾으려 끊임없이 애를 쓰는 미국이나 일본이면 더욱 좋겠고, 지진해일이 있은 아시아 국가이거나, 굶주리는 아프리카 국가가 아니라면 어디면 어떻겠냐?
네가 첫 휴가를 다녀간 후 돌아오니, 이게 웬 말이냐? 55년 전 너처럼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라 위해 싸우시다가 포로되어 빠삐용 이상으로 북한포로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으시다가, 80이 다된 노구를 이끌고 탈출한 국군포로 한만택 하사님이 중국에서 강제북송 됐다고 한단다. 사형을 당하셨거나 그 연세에 갖은 고초를 겪으시다가 돌아가셨을 것 만 같구나.
작년엔 국군포로 김기종님께서 북에서 탈출해 중국에 있는 한국영사관에서 도움을 청했을 때 국군포로가 아니라고 돌려보내려다가 언론에 알려져 구사일생 돌아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분께서도 지금쯤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 이 빨갱이 정권에 의해 북으로 또다시 잡혀가셨는지 알 길이 없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넌 이 애비가 군에서 열심히 복무하고 있는 자식에게 무슨 할 말이냐고 하겠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에게 물어 보거라. 어느 부모가 선뜻 이런 개(犬)같은 나라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라고 하겠냐? 군대란 아예 안 갈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가지 말아야 하고, 혹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뒤로 빠지거나 탈영을 하라고 아버지처럼 말 안 할 부모 없을게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전쟁이라도 나서 만약 네가 포로라도 된다면 절대로 널 위해 애써줄 나라가 아니란 사실 명심해야 한단다.
아들아! 탈영이 어려우면 모든 군대 일에 요령을 피워 네 한 몸 편하게 지나면 된단다. 절대로 사명감 따위를 생각도 말거라! 네가 비정상적으로 기간을 마치고 제대를 하면 우리가족 모두 이민을 가도록 하자!
2005. 1. 29
애비 이고고
- 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 이고고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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