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광’ 대통령님, 왜 제 글엔 답장이 없으십니까? 2005/07/07
정말 오랫만에 블로그질을 합니다.
그냥 '유리수염 쿨월드'가 불쌍하기도 하고 해서 한번 들어와 봤습니다.
오늘 올릴 글은 그리 유쾌한 소재가 아닙니다.읽어보시죠.
다시 노무현 대통령께
편지 쓰시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열흘 사이에만 네 통을 띄우셨더군요.
특히 어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쓰신 글은 상당 부분이 조선일보를 포함한 언론 보도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저는, 편지에 관한 대통령님과 조선일보 기자간의 ‘그리 신나지 않은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2003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께 편지를 띄운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원 명의로 한번, 제 이름으로 한번, 이렇게 두 번입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블로그를 씁니다.
그렇게 편지 쓰시길 좋아하신다면 제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부터 해 주시죠.
최근 대통령께서 쓰신 편지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셨지요. 저도 조선일보에 대한 터무니없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책임있는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자, 두번째 편지부터 소개합니다.
다시 대통령께
이렇게 다시 편지를 띄우게 된 것은 지난번에 조선일보 사원 일동 명의로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아서입니다.
지난번 공개서한은 대통령께서 지난달 1일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하셔서 하신 발언과 관련해서 보낸 것입니다. 당시 대통령께서는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과 공조를 파기했다는 그 신문을, 무가지(無價紙)로 어마어마하게 찍어 가지고, 온…(멈춤) 조선일보 그랬지 않습니까? 진실입니다. 진실이고요“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조선일보 기자로선 대통령의 말씀이 너무나도 사실과 달라 이 대목에 대해 명확한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는 이미 밝힌 대로입니다. 조선일보사는 대통령 선거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모두 238만 1700부를 발행했습니다. 그 달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인 238만 5907부에 비해 오히려 4207부가 적은 숫자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신문잡지부수 공사기구인 한국ABC협회에 제출돼 공인을 받아, 동아·중앙일보의 발행부수와 함께 ‘ABC 신문부수 발행사 보고서’로 공식발행돼 각급 기관에 배포된 상태입니다.
당시 신문사 내부에선 대통령의 말씀을 여과없이 내보낸 MBC에 대해 정정보도 중재신청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보도에 대해선 정정·반론보도 요구를 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하신 대통령의 언론관과도 맥이 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위신을 생각할 때 좀더 점잖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저희들은 ‘편지’라는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이 편지를 전달받은 청와대측은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한달이 훌쩍 지났군요. 청와대측이 아직도 정확한 진실에 대해 조사중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중요한 현안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처리가 지연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에 관한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시던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저희로선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이날 발언이 대통령께서 치밀하게 준비하신 것인지, 아니면 순간적인 생각으로 하신 말씀인지 저희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 시청자들에게 전달됐고, 조선일보의 공신력은 실추됐습니다.
설령 대통령이라도 잘못된 정보보고를 받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이를 시인하고 털어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권위를 벗어던진 친근한 대통령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답장을 하지 않고 침묵하시는 이유가 ‘어마어마한 무가지 발행’이란 대목에 대해 청와대측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인지 재차 묻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단순한 사실 관계만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책임있고, 분명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담긴 답장을 기대합니다.
다음번에는 보다 좋은 이야기로 조선일보 기자가 대통령께 편지를 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03년 6월 7일 조선일보 진성호 기자
이번에는 조선일보 사원 명의의 첫번째 편지입니다. 보시죠.
[공개 서한 전문]
盧武鉉 대통령께
국정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대통령께서 지난 1일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하셔서 하신 말씀과 관련해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돼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날 토론에서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과 공조를 파기했다는 그 신문을, 무가지(無價紙)로 어마어마하게 찍어 가지고, 온…(멈춤) 조선일보 그랬지 않습니까? 진실입니다. 진실이고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명백히 사실과 다릅니다. 조선일보사는 대통령 선거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모두 238만 1700부를 발행했습니다. 그 달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인 238만 5907부에 비해 오히려 4207부가 적은 숫자입니다. 이날이 선거 공휴일이어서 서울 시내 가두 판매 부수를 줄인 때문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신문잡지부수 공사기구인 한국ABC협회에 제출돼 공인을 받았으며(별첨 : 2002년 12월 날짜별 조선일보 발행부수 자료), 이미 동아·중앙일보의 발행부수와 함께 ‘ABC 신문부수 발행사 보고서’로 공식발행돼 각급 기관에 배포된 상태입니다.
대통령께서 어떤 경로를 통해 이같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씀은 MBC TV라는 공중파방송을 통해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가감없이 생방송 중계돼 조선일보사의 명예는 크게 실추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할 것”을 공무원들에게 일관되게 주문하셨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일보사도 대통령께 말씀드립니다. 사실과 명백히 다른 이번 발언으로 조선일보사와 조선일보 종사자들이 입은 피해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통령의 건강과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기원합니다.
2003년 5월 2일
조선일보사 사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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