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서 어제저녁 퍼왓드니
운영자가 삭제하고 김용식이 20일 정지 라네요
오늘아침 출근전에 다시 퍼왓네요
번호 75317 올린시간 2005-02-14 04:38:09 조회 433 추천 278 제목 평사리는 경상도 땅. 글쓴이 한은지(silgaewul02)
평사리는 경상도 땅.
평소에 "무슨 비데를 일불50이나 주고 빌려보느냐?"고
불평이 많으신 저희엄니지만
"토지"를 빌려보시는 돈은 아깝지 않으신 듯 해요.
엄니가 빈정(?)대시지를 않으니까, 아빠도 맘대로,
정말 우덜말대로 "신나게"빌려다 보시네요.
이게 요즈음 저희집의 한풍경이라구요.
바로 엊그제 일이였네요.
아빠랑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토지"를 보게 되었지요.
공교롭게도 그 드라마속에 "삼수"라는 배우의 "토악질"나는
연기가 펼쳐지고 있었지요.
어릴때부터 최씨네 문중 하인노릇을 하던 삼수가
돈 몇푼에 홀려서 "최씨문중"을 배반하고 주인공 "서희"에게
해꼬지하는 장면이었어요.
헌데, 갑자기 식사하시던 아빠가 젖가락을 상위에 탁 놓으시면서
"저런, 오살할....."하고 흥분하시는 거에요.
깜짝 놀라서 아빠를 쳐다 보았더니 아빠는,
"그리야, 평사린게...그거이 경상도땅에 있응게...
삼수가 한나제...."
과묵하신 아빠는 여기까지 하고 말았네요. 더 이상 말없이 저녁을
먹고 말았지만 제 속에는 참 여운이 많이 남더라구요.
"도대체 아빠의 그말이 무슨 뜻일까...?"하고 말이에요.
평사린게 삼수가 한명이다? 경상도땅이니까 삼수가 한명이다?
도대체 이게 뭘까?
아빠의 속마음이 정말 궁금했지요.
그리고 얼마후, 설거지 하시는 엄니를 붙잡고 물어 봤어요.
"엄니, 아빠가 아까 하신 말. 그게 먼뜻이래? 엄니는 아는감?"
엄니는 설거지 하던 손을 멈추시더니,
"아따, 너는 머리가 고로코롬 안 돌아간다냐?"
하시면서 제게 눈을 흘기시는 거에요.
"나 머리가 어째서? 공연시 다 큰 딸 대그빡타령만 말고
알기쉽게 조단조단 야그좀 해 보소"
"허기사...너가 어려서 그 심정을 알긋냐 마는... 나도
너그 할머니 살아계실때 그냥 들은 소린게...참고로 들어
두거라..."
하시면서 그 긴이야기는 시작되었지요.
+++++
평사리 최참판댁은 비록 망했어도
동리소작인(용이를 비롯하여 훈장님까지)들이 최참판댁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싸심하던 그 장면들과
전쟁전 광주에서 개업하시던 저희할아버지의 "병원집사람들"과
너무너무 비교가 된것이네요.
경상도땅 평사리에는 삼수같이 주인(?)을 배반하는 인간이
한놈 뿐이였지만
전라도 광주땅, 할아버지의 병원집사람들은
모두가 "삼수"였다는 것이였지요.
할아버지 개업한 이래 7년간을
평소에 할머니에게 성님성님 하면서, 마치 입속의 쎄바닥처럼
살갑게 놀던 김간호부라는 여자가
할아버지 납북되고 이주일만에 병원으로 처들어와서
병원에 상비해 놓은 수술용 몰핀을 비롯해서 수술기구 일체를
들고 나갔다는 것이지요.
하도 기가 막힌 할머니가 울면서 말리셨다네요.
"동상,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선생님(할아버지)의 생사도
모르는 이판에 어찌 동상이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순간,
평소에 그 다정다감하고 경우 밝던 그 여자가 할머니를
빤히 쳐다 보면서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아짐씨, 이 전장통에 나도 식구들 델고 먹고 살아야 하지
안긋소? 이것은(들고 나가는 물건들) 퇴직금이라 생각하소.
영판 나가 손해보는 것 같지만 그 동안의 정리로
요것으로 마금하긋소"
할머니가 기가 막혀 아무말도 못했다는 것이네요.
뿐만 아니였어요.
광주경찰서의 보안주임이라던 그 인간.
그 인간이 순경이였던 시절.
어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밤 한시에
맹장염으로 다 죽어가는 지엄니를 병원으로 엎고 와서는
할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더래요.
혹시 복막염으로 번질까봐 할아버지는 그날밤 즉석에서
세 시간을 수술을 해서 살려놓았다는 것이네요.
625직전에, 나라살림이 궁핍해서 순경들의 봉급을 못준다는
소리를 들으신 할아버지였기에
나랏일에 수고하시는 분들이라며 수술비를 단 한푼 안 받고
퇴원시킨 일이 있다는 것이였어요.
헌데,
그 인간이
인민군 물러나고 단 이틀이 지나자
느닷없이 저희집에 쳐 들어와서는
"빨갱이 의사놈 어디다 숨겼냐?"고 저희 할머니의 멱살을
잡더라는 것이네요. 신발을 신은 체 안방으로 들어와서 장롱을
뒤적이는 그 인간의 꼴을 보시곤
할머니께서 졸도 하셨다는 것이였어요.
그 뿐만 아니더라구요.
순천의 모농고를 졸업했는데 꿈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청년이 가정형편상 의대는 가지 못하고 저의 할아버지병원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었데요.
바로 이 인간이, 경찰서의 무슨 과장이랑 짜고
"저희할아버지가 납북되는 과정에서
탈출하여 의정부어디에 숨으셨는데 부상을 당하여
생명이 위독하니 돈을 보내라"는 사기를 한것이네요.
영문을 모르는 할머니께서는 가지신 패물들이랑, 허다 못해
병원문서까지 내놓으면서
"사람만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을 했더라네요.
+++++
정말 제가 소설가이라면,
저희할머니께서 겪으신 그 고통의 나날들을 소설화하겠지마는...
그러지 못하는게 恨이라구요.
그렇다면 혹 독자분중에
이런 생각을 할 분도 계실거네요.
"니네 할아버지가 평소에 사람들을 모질게 대했던 것 아니냐?"고요.
글세요...?.
물론 그렇게 물을수도 있겠네요.
허지만,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어요.
저희 할아버지 병원은 한길가에 있었어요.
그길로는 수많은 행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지요.
어느 한나절에,
잠시 한적한 병원에서 할아버지께서 들으니
할머니께서는 동네아낙들하고 우루루 몰려서
채소를 사고 있는데 채소값을 조금만 깍자니, 마자니
실랑이를 하고 있었더랬어요.
할아버지는 당장에 할머니를 불러서는
"무조건 채소장사가 달라는데로 다 주고 사던지
아니면 말던지...!"라는 엄명을 내리셨다네요.
"듣자하니 그 장사꾼도 아들이 있다든데 임자가 채소값을
깍은 만큼 그 아들의 저녁숫가락에 곡기가 줄어드는 것을
몰라서 근가, 시방?"
++++
이번달 신동아를 보았더니
박경리선생님의 기사가 실렸더라구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박경리선생님이 소설을 구상하실 때 평사리는 한번도
안가보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여기에서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를 느꼈지요.
가보지도 않은 장소인 평사리를 모델로 할 수가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천재성인 것 같네요.
보세요.
만일에 박경리선생님께서
"전라도 호남의 어느땅"을 배경으로 토지를 썼다고 해 보세요.
이게 말이나 되겠어요?
호남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면
길상이는 사기꾼에, 봉순이는 모사꾼으로 그려야 일반독자들에게
수긍이 가고 읽힐것이네요.
호남의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면 아마 수십명, 수백명의
삼수가 동원될것이 뻔~~~하다구요.
남자의 義理, 그리고 여자의 情.
경상도땅의 평사리를 무대로 했으니까 가능한 일이네요.
경상도땅, 평사리를 무대로 했으니까,
한명의 삼수밖에는 없어도 되었던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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