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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부회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 [펌]
[머니투데이 이승제기자]"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그는 무엇을 꾀하고 있는가."

현대아산과 북한간의 관계에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은 최근 현대아산에 "개성·백두산 관
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은 딱 하나. "김윤규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 복귀시켜라"며 현대아산에 전방위 압박카드를 쓰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난처한 입장에 빠져들고 있다.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대북사업을 순조롭게 진행
시키는 가운데 돌출된 악재로, 처리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에 대해 김윤규 부회장이 오랜 대북사업을 통해 확보한 대북 채널을 총가동시키며 "
백의종군이 아닌 원대복귀"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소 치졸하기까지 한"(현
대그룹 한 관계자 표현) 개인비리 등으로 물러났지만 향후 거대 이권이 걸린 대북사업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라는 해석이다.

◆김 부회장의 암중모색

김윤규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현대아산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표면상 사퇴였지만 사실상 면직
이나 다름없었다. 개인비리 등이 그 이유였다. 현대그룹은 당시 "대북사업은 투명성, 신뢰성을
최우선적으로 가져야 한다"며 "비리에 연루된 김 부회장은 스스로 자격을 상실했다"는 논지를 내
세웠다.

그는 사퇴 전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사퇴 전 몇몇 언론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 사퇴의 부당
성 등을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사퇴 후 표면상 침묵했지만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급변한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 북측은 19일 김 부회장 사퇴 직후인 25일 "금강산 관광객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통보했다. 이어 이달 3일 현대아산에 노골적으로 김 부회장의 원직
복귀를 요구했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개성·백두산 관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특히 "김 부회장에 대한 북한의 집착"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오랜 기간 대북
사업을 총괄하면서 끈끈한 대북 인맥을 형성했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하지만 경제 이권이 걸린 사업에서 인맥만으로 북한이 이처럼 강경 자세로 나올리는 만무하다.
김윤규 부회장이 북한에 자신의 복귀 지원을 전제로 모종의 협상카드를 내놓았을 것이란 관측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왜 물러나야 하는가

현대그룹은 최근 상황에 당혹해 하면서도 파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이 김윤규 부회장에 집착하는 것이 못내 서운하지만, 향후 사업 확장 등을 고려해 자제하는 모습
이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7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개성·백두산 관광에 합의하면서 대북사
업을 직접 총괄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 자신감을 얻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김윤규 부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서둘러 마무리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은 김윤규 부회장의 "노하우와 맷집"을 과소평가함에 따라 북한측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북한측은 특히 현대그룹이 그의 퇴진시 제시한 "비도덕성"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북한의 시각 차이라 할 수 있다.

현대그룹측은 김 부회장의 퇴진과 관련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대북 관련 비자금 조성 및 전달에 무
관치 않다.

"유일한 재계의 대북 채널"이란 상징성을 통해 각종 비정상적인 거래와 관행이 묵인되거나 조장
될 당시 김 부회장은 그 핵심에 있었다. 현대그룹은 이를 꺼려했고, 그의 명예로운 퇴진을 종용
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끝까지 버티다 결국 사실상 퇴출을 당했다.

재계는 또 김 부회장이 대북사업을 오랜기간 총괄하면서 지나치게 사심이 많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아산을 자신의 "개인사업"과 동일시하는 오만함에 빠졌을 수도 있다
는 것.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개인비리 등에서 나타나듯 회사와 자신의 이권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낡은 관행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김 부회장의 퇴진은 대북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진통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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