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논란 이제 끝낼 때 됐다
[경향신문 2006-06-13 19:24]
개정 사학법 시행을 앞두고 사학재단의 임시이사 선임 절차 등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개정사학법은 다음달 1일 시행만을 남겨두게 됐다.
개정사학법은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 이념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이사회의 4분의 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임명하도록 돼 있는 법안을 들어 보수세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진보세력은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며 맞섰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당은 법안을 강행처리했고, 야당은 장외투쟁으로 맞섰다.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보수·종교단체에서 시행을 앞두고 다시 반발하면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등 3개 개신교 단체가 종교계 사학의 설립취지를 이유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책 당사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교평준화의 틀 속에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사학이 자율성만 고집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사학법 시행령에 개방형 이사의 개념이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돼 종교사학의 설립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완 장치가 있는데도 ‘불복종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들 단체는 비상대책회의에서 ‘영적 전쟁을 하자’ ‘순교의 정신으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왜 그처럼 극한적으로 인식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정사학법이 좋으냐, 나쁘냐를 두고 벌인 사회적 논의는 이제 그만 접을 때가 됐다. 새 법령 시행에 따라 개방형 이사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지, 그래서 교육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고, 보완해야 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시행을 코앞에 둔 법령을 다시 건드리려는 시도는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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