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놀이 - 달밤의 "봤다, 꿍!"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많이 남아 있는 기억은 역시 놀이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장 잊을 수 없는 놀이 한 가지가 생각나는군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나온 전통놀이에 관한 책들을 들추어 봐도 내가 고향에서 친구들과 즐겼던 ‘봤다, 꿍!’ 놀이는 없더군요.
이 놀이는 요즘 같은 여름철부터 가을까지 사이에 주로 하는데, 음력 보름 전후의 약 3,4일 동안 밤에 합니다. 장소는 학교 운동장처럼 널찍한 곳이라야 가능합니다.
1. 남아들이 주로 하는데, 준비물은 어머니 치마입니다.
2.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모이는 대로 두 패로 나눕니다.
3. 두 패는 운동장 반대쪽에 1열 횡대로 상대방 쪽을 향해 줄을 섭니다.
4. 각자 어머니 치마를 둘러쓰고 자신의 얼굴을 가립니다. * 치마폭 아래로 친구의 바지를 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므로 바지를 벗고 팬티만 입음.
5. 신호에 따라 적진을 향해 전진합니다.
6. 적군이 가까이 오면, 걸음걸이를 보아 친구 이름을 생각해 봅니다.
7. 자신 있으면, “봤다, 꿍!”하고 소리를 질러 상대방(적군)의 걸음을 멈추게 한 후, 이름을 크게 말합니다.
8. 상대방은 치마를 벗고 얼굴을 보여 줍니다.
9. 이름을 맞추면, 적군을 아군 진영으로 붙잡아 갑니다.
10. 이름을 못 맞추면 이 쪽에서 적군 진영으로 포로로 붙잡혀 갑니다.
11. 먼저 적군을 다 잡아 포로로 만든 쪽이 이깁니다.
12. 이긴 팀을 진 팀이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돕니다.
* 이 놀이는 아주 어린 여자 아이들도 하지만, 좀 나이가 든 여아들은 하지 않았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고 고향 땅도 살아서 밟기는 틀렸습니다. 그러므로 북한 출신의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 죽기 전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 “한국의 아동 유희”를 연구하는 그 어떤 분에게 이 글이 자료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북한 땅도 한때는 이 정도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었답니다.
내 가슴 속을
큰 줄기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군요.
/070709달21시52분에
/함경남도 단천(端川)이 고향인 나두(拏頭) 전태수(全泰樹) 삼가 씀
62578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