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에 이어 이상화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이 올림픽 남녀 500m를 세계 최초로 모두 석권(席卷)한 국가가 됐다.
4년 전 17세 때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0.17초 차로 동메달을 놓치며 눈물을 떨궜던 이상화는 밴쿠버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를 꺾고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 여자선수가 처음 따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이다. 대회 직전 "다시는 울지 않겠다"며 투지(鬪志)를 다졌던 이상화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등록선수는 500여명으로 종주국(宗主國) 네덜란드의 10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런 불모지에서 일궈낸 기적 뒤엔 기반시설 투자와 체계적 훈련,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선수들은 2000년 태릉에 국제실내스케이트장이 문을 열면서 1년 내내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이 실내스케이트장을 만들면서 놀랍도록 발전한 것과 비슷하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선수들 몸 상태를 점검하며 근육량과 파워를 늘리는 과학적 처방을 해줬다. 대표팀은 출발 때 뛰쳐나가는 피치 동작에서 에너지 손실이 가장 적은 스케이트날 적정 각도까지 맞춰 훈련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엔 일정한 근력(筋力)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 근(筋)지구력은 근육을 한계까지 단련해야 향상되기 때문에 의지가 약한 선수는 따라가기 힘들다. 이상화는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이를 악물고 소화했다.
보통 여자선수들이 120~140㎏짜리 역기를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지만 이상화는 170㎏을 짊어졌다. 그 과정을 견뎌낸 이상화의 '상대적 근력'은 360%다. 근력이 일반인의 3.6배라는 뜻이다. 모태범(372%), 이규혁(373%), 이강석(368%)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모태범 역시 "쇠고기는 근육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회식자리에 닭가슴살을 싸들고 다녔을 정도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했다.
쇼트트랙 1500m 금을 딴 이정수를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 이승훈, 남녀 500m의 모태범과 이상화…. 당당한 패기를 앞세운 신세대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비(非)인기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꿈을 품고 땀 흘리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다른 동계스포츠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소식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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