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주도 남쪽의 이어도를 자기네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정기순찰을 하겠다고 하자 중국에는 아무 소리 안 하고 화살을 안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을 비판하며 우리 영토의 수호 의지를 다지는 정부에 "안보(安保) 장사하지 말라"느니 "북풍(北風) 일으키려 하지 말라"느니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부리는 것이나 중국이 이어도를 자기네 관할이라고 우기는 것이나 한국 사람으로선 못 들은 체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긴 똑같다.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억지에 대해선 입을 닫고 딴소리를 한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20대 여성이 해군 기지를 '해적 기지'라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 여성의 말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곧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 판단이다. 그러나 이 여성은 잘못을 시인하기는커녕 한발 더 나아갔다. "정부와 군 당국이 해적 같은 짓을 해서 해적이라고 했는데 뭐가 잘못이냐. 앞으로도 계속 해적 기지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이 당의 공동대표라는 사람은 "그런 표현, 그런 말에 얽매일 필요 없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지키려면 해군 기지든 공군 기지든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늘어놓는 것은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말로 타이르는 것만큼이나 헛된 일이다.박선영 의원이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라며 단식 농성을 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러자 인터넷에선 "쇼하고 있네"하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며칠 전 신문에 북한 보위부가 강제 북송돼 온 임신부들에게 '리바놀'이라는 용액을 강제로 주사해 낙태를 시키려 했다가 아이가 죽지 않고 태어나자 아이를 엄마 앞에서 양동이에 담아 들고 나가 포도나무밭에 묻어버리는 걸 봤다는 탈북 여성의 목격담이 실렸다. 북한이 강제 북송돼 온 탈북자들에게 어떤 못된 짓을 하는지는 언론에 하도 많이 보도돼 식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막상 탈북자들이 어떻게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그때마다 그 잔혹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이게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박 의원을 보고 '쇼한다'는 말을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요즘 어디 가서 "세상이 도대체 상식이 안 통하니…"라는 말을 함부로 했다간 말싸움 나기 쉽다. 뻔한 일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어느 편이냐에 따라 '상식(常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에서든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요즘 세상에선 평범한 사람은 큰일 못해. 좀 튀어야지"라는 것이다. '튄다'는 게 '창조적'이라는 뜻이라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튄다'라는 말은 '상식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이라는 뜻에 가깝다.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정치로 패가 갈려 자기네 진영에 불리한 일은 어떤 억지를 써서라도 깎아내리고 유리한 일은 무슨 궤변을 늘어놓아서라도 부풀리려 하는 게 요즘 세태다. 상식이 아니라 유·불리가 판단 기준이다.정치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아무리 도덕군자 같은 사람이라도 마음 한편에는 온갖 욕심과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기 마련이고, 세상이란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돌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우리 사회의 상식 실종 증상은 지나친 중증(重症)이다. 정치 앞에선 상식이 마비되고 억지와 궤변이 춤추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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