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평창 매표소 앞 주막 사장님의 기인행각
평일엔 가계문 닫아걸고 산행 떠나는 산소같은 총각
국립공원 평창매표소 앞에 있는 허름한 천막 주점 일명 '시인과 촌장'의 촌장<사장님>이 세인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촌장님의 기인행각은 이곳 매표소를 즐겨 ?는 산꾼들로부터 조금씩 알려지게 됐다.
촌장님의 기행적인 주막 운영소문이 세상에 조금씩 회자되면서 요즘은 일부러 ?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산으로 들어가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대면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소문듣고 혹여나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인 없는 한적한 주막에서 지친 땀을 식히고 돌아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총각 촌장님이 수 년째 운영중인 오막살이 주점의 상호는 공식적으로는 없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이곳을 ?아온 모언론사 기자들이 그냥 붙여준 이름이 '시인과 촌장'이란다.
이름은 이아무개씨,이고 나이는 40대 초 중반쯤으로 보인다. 물론 그의 나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훌쭉 말라붙은 체격에 머리는 짧은 스포츠다. 여기서 뭐이런사람이 기인이야 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촌장님은 행각은 요즘 물질만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오염된 사람들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마디로 촌장님은 무소유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장사는 하고 있지만 돈버는 일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촌장은 먹거리가 바닥나면 노모가 계시는 고향집에서 쌀이나 부식거리를 가지고 와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술을 워낙 좋아해서 거의 라면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자 여기서 촌장님이 기거하는 '시인과 촌장'의 주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북한산 평창매표소 앞에 위치해있는 오두막집은 오래된 천막 2개동으로 갖춰져 있다. 이중에서 입구왼편에 있는 아주 낡고 허름한 천막이 주 건물이다. 이 천막의 반은 주방이고 나머지 반은 촌장님의 유일한 휴식공간인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말이 침대이지 각구목을 잘라 대충 침대 다리를 만들고 합판을 올려놓은 그 위에 이불 몇장이 깔려있을 뿐이다.
촌장님은 그래도 침실이 제일편하다고 입에 침을 바른다.
촌장은 선데이뉴스 취재기자를 형님처럼대하며 반긴다. 얼마 전에 기자가 피곤해서 야외탁자 앞에서 졸고 있자 이를 본 촌장은 손님맞이준비를 잠시 멈추고 침실로 들어가더니 이불을 들고 나와 먼지를 탈탈 털어 낸후 들어가서 한숨 때리라며 서둘렀다. 그래서 기자도 촌장이 사용하는 침상위에서 잠깐 눈을 붙이는 행운을 누렸었다. 아마 촌장의 성격상 외부인은 기자가 처음이라고 주변에 있던 산꾼 아저씨가 말해주었다.
두 번째동 오막살이는 비가올때나 겨울철을 위해서 난방기까지 설치해놓은 천막이다. 시인과 촌장 주막에서 제법 부티가 나는 집이다. 하지만 무더운 요즘엔 그곳에서 쉬는 산꾼들은 드믈다. 이유는 땀을 식혀줄 바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시인과 촌장에서 제일 인기 좋은 자리는 마당끝 낭떨어지에 임시로 만든 원두막이다. 이곳엔 파라솔용 원탁2개와 간이 의자 10여개가 갖춰져 있다.
이곳을 ?는 이용객들이 이자리를 선호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름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등산객들의 땀방울을 식혀줄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천연바람이 솔솔불어오기 때문에 주막을 ?는 사람들은 이 자리를 선점하려고 각축을 벌일정도로 경쟁이 심하다.
어떤이들은 명당자리를 차지하기위해 몇 십분정도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면 시원한 냉막걸리에 도토리묵 무침이나 이곳 최고의 별미 파전을 맛보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것.
주막엔 마음씨 고운 노총각 촌장님과 그의 사랑스런 가족 곰돌이와 얼마 전에 새끼 4마리를 낳은 찬순이가 오손도손 살고 있다.
여기서 독자들은 무슨 총각이 가족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밝히건데 촌장님은 총각이다. 곰돌이와 찬순이는 촌장님과 1년여동안 동고동락해온 진돗개 잡종이란다.
이들 진돗개 남매의 각별한 사랑은 인간들 못지 않게 뜨겁고 지순하다고 옆집에 살고 있는 맘씨 좋은 아주머님과 그의후배 현옥씨는 쉬지 않고 늘어놓는다.
촌장과 같이 생활하는 곰돌이와 여동생 찬순이의 형제 애는 유별날 정도다.
이곳을 산책하는 주민들이 데리고온 강아지들이 주막앞을 지나갈때면 찬순이가 먼저 뛰어나가 컹컹 짖어대며 기선을 잡는다.
하지만 도사견이나 세퍼드등이 갸냘픈 찬순이를 우습게보고 달려들면 백구인 곰돌이가 포효하며 물어뜯어 놓는 통에 동네 개들이나 야생 들개들은 주막근처에 나타날 엄두조차 못한다고 촌장과 가까운 홍은동 산꾼들은 말한다.
'시인과 촌장'이 산꾼들에게 인기를 끄는 주인공은 촌장도 촌장이지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만 근무하는 예쁘고 착한 주모 윤정숙씨가 매력 덩어리다.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20~30여년된 추억의 노래가락도 산꾼들의 여흥을 높여준다.
주모는 선한 마스크에 군살이 없는 갸름한 여인이다. 애들은 승현이하고 둘을 두고 있다는데 촌장도 본적은 없다고 한다.
주모가 산꾼들의 호평을 받는 것은 그녀가 부쳐내는 파전과 살랑살랑 무쳐 내오는 도토리 묵 무침이 진미기 때문이란다.
비오듯 흘러내린 땀방울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냉장고속에 넣어둔 냉막걸리나 맥주 한잔에 도토리묵 무침한점을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여주는 맛이 일품.
특히 이 주막의 자랑거리는 엄나무와 온갖 한약재를 넣고 노란양은 냉비에 달여 내오는 백숙이 으뜸이다.
여기에 얼큰 달콤한 닭도리탕도 빼놓을수 없는 먹거리라고 언론인 전광훈씨 목소리를 높인다.
이곳 주막에선 모든 음료수는 단돈 천원이다. 시원한 냉막걸와 함께 큰병맥주도 단돈 삼천원밖에 안받는다. 주모나 촌장님이 마음드는 손님한테는 파전이나 마른안주는 덤으로 그냥 내온다.
일부는 촌장님의 이점을 악용해서 술만 마시고 몇 푼 안되는 안주를 시키지 않는 얌체족도 있지만 촌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러나 주방을 보고 있는 윤정숙씨는 촌장의 이런 행동에 불만이다.
한 주일 가계운영비도 바닥인데 너무 인심이 과하다는 것이다.
주모의 퉁퉁부은 불만에도 촌장은 그냥 못본체 넘어간다.
이곳은 북한산 중턱의 고지라서 가까운 슈퍼나 상점은 승용차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이런 것을 감안 했을때 삼천원짜리 맥주와 막걸리는 국립공원 산장에서 거의 공짜인 셈이 아닐까.
촌장은 평일은 거의 장사를 접는다. 촌장 왈 "문을 열어봤자 장사도 잘 안돼고 귀찮다"고 말했다.
취재기자가 "그래도 ?아오는 산꾼들을 위해서 주점을 열어놔야 나그네들이 목을축이고 갈것 아니냐"고 했더니 촌장은 빙그레 웃으며 "우리집은 내가 없어도 냉장고에 음료수나 술등을 꺼내먹고 손님들이 돈을 숨겨놓고 가기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빙그레 웃었다.
실제로 취재기자가 주막을 ?아갔을때도 주막문은 잠겨있었다.
앞서 촌장이 취재왔다고 했더니 인근 올림피아호텔 앞까지 봉고차로 태우러 왔기 때문에 문을 걸고 온 것이라고 했다.
말이 문을 잠궈 놓은 것이지. 우리네 옛날 집 처럼 문앞에 박아둔 말뚝위에 가느다란 로프를 한줄 달랑 걸친게 문단속 한것으로 보면된다.
냉장고가 열린집,주막이 열린집,하루에도 몇 시간씩 배낭하나 달랑메고 산을 ?아 산새들과 얘기를 하느라고 돈 과 거리가 먼 기인 촌장 이찬섭.
촌장의 이름은 이찬섭이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라고 했다. 간혹 북한산 보현봉 아래에 있는 일선사 주지 스님의 부름을 받고 절간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선사에서 촌장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늙은 노보살부터 은 여신도에 이르기까지 신망이 두터워 보였다. 허름한 오막살이 생활을 하고 있는 촌장도 옛날에는 제법 잘나갔었다고 술을 한잔 마시면 너스레를 떨기도 하는 평범한 사내 촌장이다.
며칠 후에 강원도로 철렵을 떠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상일이 귀찮아지면 낮과 밤을 안가리고 배낭에다 코펠과 버너 투망을 챙겨 가지고 홀연히 길을 나선다.
그가 잡아온 붕어나 쏘가리등 잡고기를 넣고 끓여 내온 매운탕의 맛을보면 순식간에 소주 대 여섯병은 거뜬히 마신다. 그야말로 별미다.
조만간 촌장이 잡아온 매운탕 맛을 볼 기회가 기대된다.
참고로 이곳을 ?는 유명인사도 많다. 탤런트 고두심, 서민연기 실감나게 하는 탤런트 김인문, 성우 박일, 철학자 도울 김용옥, 전 국무총리 김석수씨를 비롯한 정 재계 거물도 등산차림으로 들러 목을 축이고 가는 '시인과 촌장'주막엔 오늘도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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