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1
3.1절 85주년에 조상을 대할 낯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들의 선배들에게는 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다. 1905년 일본이 불평등한 보호조약을 맺고 외교권을 박탈했을 때 안중근이라는 한국 청년은 겨레의 울분을 가슴에 안고 동양평화를 교란하는 일본제국주의의 원흉 이또오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두에서 권총 4발을 쏘아 그 자리에서 그를 쓸어트리고 태연히 붙잡혀 일본 관헌들에게 연행되어 여순 감옥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당시 중국의 군벌 원세개는 그 사실에 크게 감동하여 시 한수를 읊었다.
"평생하신 일 이제야 끝이 났소
죽어야 할 땅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은 대장부가 아닌데
몸은 비록 한국 땅에 태어났으나 그 이름 만국에 떨칩니다
인생 살아서 백세를 누리지 못하건만
한 번 죽어 영원히 사십니다."
독립선언서에 이름이 기록된 민족대표 33인 그리고 1919년 3월1일 정오를 기하여 독립만세를 부르짖으며 궐기하였던 우리들의 선배들은 참으로 장한 어른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 민족의 지도자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아니하는구나. 노무현 정권이 잘못가고 있음이 명백하건만 말 한마디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구나
조상을 대할 낯이 없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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