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총선 때의 선거유세 기간 중인 어느 날, 나는 서울 신림동의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정치인 이해찬씨의 얼굴을 근접 거리에서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직접 그의 얼굴을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수없이 보았지만 언제나 내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인상을 풍겼다. 목소리 하나는 늘 기운이 넘쳐흘러서 부럽게 느껴졌다.
교원정년 단축 입법이 쟁점이 되었던 1998년 연말 무렵에 교총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한국교육신문]에는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쓴 [얼레리 껄레리 리(李)서방]이란 제목의 시가 실렸었다. 이 시의 주제는 "이해찬 정말 정말 까불고 있네"라는 뜻을 풍자적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 시의 인기는 초중고 교사들 사이에서 대단했었다.
이 무렵 그의 얼굴이 풍기는 인상이 표준형이 못 된다는 각종 야유의 말들도 유행했었다. 나는 남의 얼굴을 기준으로 어떤 사람의 인격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는 신조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 대열에 합세하지는 않았으나 "말 대가리 같은 얼굴"이라느니, "메뚜기 같다"느니, "무당 할망구 같다"느니 한 표현들에 어느 정도 공감하였었다.
최근 베를린에서 술 몇 잔 걸치고 입이 벌려지는 대로 깡패 수준의 비속어를 마구 남발한 것을 보고는,
'아하, 이해찬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험담은 결국 "얼굴 값 하네!"라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구나.'라고 절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유명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베르린 망언]을 뉘우치고는 약 1년쯤 침묵 거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그가 또 다시 "차떼기 타령"을 뇌까린 사실을 확인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얼굴값을 하면서 살아가게 마련이로다!"라는 이 사회의 통념을 더욱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이해찬씨는 자기 구제를 위해
하루에 최소한
세 번쯤은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자기 입이 제 구실을 제대로 하는가를 반성하는 습관을 이제부터라도 길러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 개인, 한 집단의 과오는 어느 한 시기에 비난받거나 징벌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매듭지어야 옳다고 나는 믿는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징벌 자체가 의미 없다. 벌은 빚 청산(淸算)인 셈인데, 끝없이 청산을 자꾸 요구하는 것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법리(法理)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해찬씨에게 묻고 싶다.
1. 노무현씨의 과오도 지난 2년간 업청나게 많았는데, 한나라당이 만일 끝없이
"노무현 측근의 비리를 사과하라" 라고 요구한다면,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끝없이 점잖게 대응할 수 있을까?
2.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은 언론의 감시가 없어도 증류수(천사)처럼 깨끗하게 5년 동안 뇌물 수수행위를 전혀 안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3. 노무현 정권이 한나라당 만큼 장기 집권해도 한나라당 계열 정치인들보다 훨씬 덜 "받아먹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4. 노무현 측근들이 그 짧은 축제 분위기 기간(노무현 당선 직후부터 약 1년 동안) 중에 받아 입에 쑤셔 넣은 돈은 돈이 아니고 모래알인가?
5. 한나라당이 강요해서 차떼기 돈을 받아먹었는가?
대통령 노무현씨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 주변에는 왜 그다지도 신사다운 정치인이 없소?
정동영씨가 "노인들은 선거 날 집에서 푹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망언을 한 것을 끝으로, 열우당의 타락이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더니, 어찌하여 한 나라의 총리라는 중요 인물이 외국에 가서 시정잡배(市井雜輩)들이나 뱉을 천박한 말, 구정물 비슷한 방언(放言)인 "까불지 마라, 내 손아귀 어쩌구저쩌구" 따위의 말로 "저질방언 이어달리기"의 바통터치를 한단 말이오?
당신들 패거리 수준이 한심하지 않소?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난쟁이 쇼,
그 교만,
그 편견들,
부끄럽지 않소?"//041029쇠1033/www.66and9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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