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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더쉽은 도덕적 다수의 힘

손학규는 진보, 박근혜는 중도, 이명박은 보수

빌리 그레이엄은 1940년대에 목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삶을 사악한 것이라 비난하고, 모든 종교 유파를 비난하는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설파하였다. 그러나 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그는 갈수록 온건해지면서 닉슨과 클린턴을 매도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제리 폴웰은  도덕적 다수파라는 보수주의적 정치 집단을 창립하였다. 그는 교회가 미래의 혁신을 예견하기 위해 상업을 고찰할 수 있을 만큼 슬기로와야 한다며 대형 쇼핑센터와 같은 거대 교회를 등장시켰다. 그레이엄의 티브이 강연쇼에서 한층 진일보한 형식이었다. 그는 종교적인 요구를 최소화하는 대신 보다 포근하고 서비스 지향적인 기독교를 제시했다.

나는 교회에 거의 간 적이 없는 사람이다. 기독교 교인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어릴 때부터 십계 등의 기독교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듯싶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살면서 내 주변에 많은 기독교인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었다. 부딪치는 이들 중 둘 중 하나는 기독교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친지 중에 기독교 전도사로 활동하는 이가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오늘날 대학의 철학과에는 기독교인과 맑시스트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목사로 활동중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독교계와 맑시스트계의 차이보다는 공통된 점이 너무 많아 놀란 적이 있었다. 교회 성장제일주의, 기복신앙으로의 회귀, 기존 교단의 기득권적인 휭포, 대형교회와 개척교회간의 피라미드적 구조, 많은 신학생의 배출로 인한 치열한 내적 경쟁상태와 교회간 알력과 인적 정체상황...

내 첫째 아이는 공자와 예수와 부처와 맑스와 성모마리아의 합작품이라고나 해야 할까. 양가 부모의 종교가 유교,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으로 다채로우며, 아내가 모태 신앙자이기는 해도 교회에 다니지 않으며, 나는 편의상 맑시스트라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이 아이가 요즘 가끔 교회에 간다. 가장 친한 친구가 교회 친구이고, 부모가 사람이 좋아보이는 듯해서이다. 동네에서도 교회간 전도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 나로서는 아이의 자율권을 15세 이상부터 성인으로 대접하기에 아이의 선택을 전적으로 맡기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이가 교회에 다니는 것에 대해 사회에서 보다 많은 교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불만이 없으나 자칫 교회의 세속적인 면에 때가 탈까 하는 염려가 있는 정도다. 동시에 지나치게 이상적인 면에도 주의를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교회에 다니기 전에 이 아이가 나를 닮았는지 만화영화 중에 특히 이집트 왕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 강연을 티브이로 접한 바 있다. 기독교방송을 통해서다. 보려고 본 것이 아니라 채널을 돌리다가 접한 것이다. 핀란드 강연이었는데 아픈 자를 낫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로서는 그런 퍼포먼스보다 강연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대중들 입장에서는 퍼포먼스에 보다 관심이 있는 듯싶다.

오늘날 한국적 정치상황에서 보자면, 그리고 근래 한나라당에 국한해서 보자면, 손학규보다는 박근혜가, 박근혜보다는 이명박이 보다 퍼포먼스에 민감한 듯싶다. 정치적 용어로 보자면,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부 기자, 학자 지식인 등 전문가 그룹에서의 정치인 평가를 보자면, 열린우리당에서는 김근태, 한나라당에서는 손학규가 평가를 받는다. 반면 대중적 인기면에서는 고건과 정동영, 박근혜가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조선과 동아에서는 박근혜를 좌측에, 이명박을 중간에, 손학규를 우측으로 사진 처리나 기사 처리를 하는 것같다. 이렇게 본다면, 박근혜가 여성인 점을 들어서 가장 좌파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판단이 옳은 것일까. 나는 이런 이데올로기적 판단이 옳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그보다는 거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거의 모든 맑시스트들이 이데올로기로 처음부터 재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역사적, 정치적 사안에 따라, 그리고 지도자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오늘날 한나라당에서 중도는 박근혜계다. 즉 한나라당 현 지도부다. 행정수도에 대해 전향적인 생각을 지닌 이는 손학규계이며, 그 반대는 이명박계인 것이다.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분파의 양상은 바로 이런 사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손학규 노선을 진보 노선, 박근혜 노선을 중도 노선, 이명박 노선을 보수 노선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왜 나의 기독교적 경험과 아이의 기독교적 경험을 말했을까. 시초에 무게를 두지 않음이다. 만일 시초에 무게를 둔다면 김만철 일가를 비롯한 많은 탈북자들이 기독교적 생활을 해도 여전히 그는 주체사상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처럼 예수는 유대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기독교는 이스라엘 민족신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언론이 문제가 있지 않나 보는 것이다. 오히려 단순한 현상만을 근거로 애초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한 수정 가능한 것임에도 좀처럼 이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정에 대한 천착이 빠져 있다고 나는 보는 것이다.

지난 대선의 교훈은 무엇인가.

민주당내 구도에서 보자면 또한 진보, 중도, 보수로 나눌 수 있다. 김근태가 진보, 노무현이 중도, 이인제가 보수로 볼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학자적인 김근태도, 정치술수에 능수능란한 이인제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많은 이들이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대선 실패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지역적인 표 요인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와 동시에 계층적인 분석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을 보자면 젊은층과 삼사십대층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나라당에서 젊은 층을 사로잡는 이들은 누구인가. 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다. 대학생 선호도 1위다. 그간 대학생들은 노무현이나 유시민 같은 이들만 좋아했다. 한나라당 정치인으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오늘날 민노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이거나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젊은 층의 이탈이 크다고 나는 분석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처음부터 사십대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사십대부터는 나도 그렇지만 생활이 우선인 게다. 사십대란 이삼십대 젊은층과 장년층을 연결하는 중간자적 지위이며,  회사에서도 임원급과 사원급 사이의 관리층이다. 그러한 이유로 사십대야말로 한국에서 심리적 중산층적 성향을 그 어느 세대보다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현 노무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하다. 완전한 반대도, 완전한 옹호도 아닌 셈이다. 다만 노무현식 리더쉽에 대해서 비판적인 지점으로 조금 이동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그것이 나는 한나라당 박근혜 리더쉽으로 이행할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식 리더십은 포용과 사랑의 힘

왜 같은 당에서 후계자를 찾지 않고, 한나라당이라는 공간 이동을 시도할까. 또한 왜 여러 유력한 지도자 중에 박근혜를 택할까.

후자부터 설명한다면 간단하다. 만일 그대가 열린우리당에서 민노당으로 지지를 선회한다면 민노당의 여러 파벌 중에서 어떤 파벌을 택할까. 보통 상식적으로 보는 관점이란 열린우리당이 민노당에 비해 덜 진보적이었으니 민노당을 지지하게 되면 민노당의 가장 우측을 지지할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에서 다른 당으로 지지를 선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보다 진보적이거나 보다 보수적이거나 하지 않다는 점이다. 진보적이건, 중도적이건, 보수적이건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원하는 이가 진보를 대표하는 지도자 대열에서 탈락했다거나,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를 받아서 진로 변경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들이 다른 당에 가면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민노당 내에서의 진보, 중도, 보수 노선을 택한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중도였다고 스스로 여기면 지지를 선회하여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택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중도를 택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이유로 우파/좌파나 진보/중도/보수를 개체적인 개념보다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 적용이 현재 한국 정치에 보다 잘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적용은 다음과 같은 예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간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에서 보수적인 이들은 이명박에 관심을 지닐 것이다. 진보적인 이들은 손학규에 관심을 지닐 것이다. 중도적인 이들은 박근혜에 관심을 지닐 것이다.

나의 주장대로 다음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갈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파다. 그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김대중, 노무현 때도 이러하였다. 그들은 당장의 힘만으로 역학관계를 분석한다. 그러나 그러한 힘은 어찌되었든 대중의 동의 위에서만 힘을 발휘한다. 

항우와 유방의 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진제국을 격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는 항우다. 그러나 그는 그로 인해 진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진 백성들은 진시황의 엄격한 법적용과 생활고에 고통을 받아 내심 비판적이었으나 여전히 진 백성들이었던 것이다. 항우는 그저 초나라 사람만 생각해서 진 백성을 포용하는 데에 실패했다. 오히려 진 백성을 사지로 끌고 갔다. 이에 반하여 유방은 진 백성들을 포용하면서 진 제국을 접수한 것이다. 일본 국민작가를 고려하였는지 이문열이 요즘 동아일보에 관련 신문연재를 한다. 아울러 관습법이라는 헌재의 판결도 있었다. 나는 법치주의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러한 법치란 도덕을 바탕으로 한 법치임을 잊어서는 곤란한 일이다. 누구보다도 법치주의에 혜안을 지닌 이들 중 하나였던 이회창이 무너진 것, 그리고 이인제가 무너진 것 모두 도덕이 미흡한 법치라고 많은 이들이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정권이 위기를 맞은 것도 결국은 도덕이 미흡한 법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진제국에서 살던 백성들은 진의 법치에 관습법으로 맞섰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60% 이상의 국민들이 왜 행정수도에 찬성하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혹 진시황적 우를 헌재가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의 졸속 시행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는 이명박과 이명박계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탱되는 힘, 그리고 한국적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탱되는 힘은 심리적 중산층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이들 심리적 중산층이 노무현 정권에 비판적인 이유는 노무현 정권이 행하고 있는 경제정책으로 인해 자신들이 크게 고생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상당수 심리적 중산층이 박근혜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진승, 오광이 초나라 왕족임을 거짓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였으나 낙마하였다. 이인제가 박정희 흉내를 낸들, 이명박이 박정희 흉내를 낸들 국민은 알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말이다. 이번 사태로 최대 피해자는 박근혜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는 히브리 노예들의 지도자 모세처럼 홍해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추신 :
박근혜계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보다는 이명박계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이 더 퍼포먼스를 잘 하는 듯싶다. 그러함에도 박근혜가 오히려 포퓰리즘적이라고 비판을 당하니 나로서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유를 찾으니 이는 시대적 소신의 충돌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각자 원칙과 소신을 견지하고 있다면, 중요한 것은 시대가 어느 원칙과 소신을 택할 것인가 여부일 것이다.

영웅시대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주인공적 시점을 둔 캐릭터에 대해서는 가족을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차인표와 전광렬이 할 때에는 정주영과 이병철 부인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최불암이 등장하고서부터는 이병철 쪽에는 부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주영, 정주영 첫째, 둘째, 그리고 이명박만 부인이 나온다. 박정희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나오지 않는다. 박근혜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회에서 이건희 결혼문제가 잠시 언급될 따름이다. 이명박을 키우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겠다.

작가가 간과한 것이 있다. 외압설 등으로 정동영측이 손실을 본 측면도 있을 것이나 작가의 이러한 의도 때문에 오히려 이명박측도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랑의 힘보다 증오의 힘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제껏 박근혜는 별 달리 미움을 받지 않고 정치력을 발휘해왔다. 반면 정동영측과 이명박측은 안티세력이 보다 확대되었다. 증오의 힘이 사랑의 힘보다 이십대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정동영과 이명박측이 그런 증오의 힘으로 세력을 키워왔다고 스스로를 과신한다면 패배가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증오의 힘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그대들에게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과학적이기는 하나 정치권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당장에는 별다른 힘이 아닐 것이나 증오세력들이 서로를 증오하면서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때 사랑의 힘은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깊은 한을 품었더라도 끝내 정으로 푼다. 김대중이 한만을 품고 있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노무현을 증오하는 소위 운동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본다. 그렇듯 증오한들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렇듯 박근혜를 미워한다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나? 오히려 그대들 정치적 생명만 단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