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도·감청 수사 "기호지세"(상보)
국가정보원이 과거 정권 시절에 도·감청 조직을 운영했고, 특히 DJ정부
시절인 2002년 3월까지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도청을 실시했다고 자인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
되고 있다.
때마침 검찰이 천용택 전 국가정보원장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함으로써 DJ정부
시절 정보기관에 의해 이뤄진 도.감청 전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도감청 논란 가열 = 국정원은 전현직 직원의 도청 실태에 대한 조사 발표에서 불법 도
청 조직인 미림팀은 중앙정부시절인 60년대 중반 생겨나 1991년9월부터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YS
시절에도 재건돼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DJ 정부에서도 2002년3월까지 4년간이나 도청이 이뤄졌
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특히 그간 극구 부인해왔던 것과 달리 국정원이 일부 제한된 조건하에서 휴대전화도 도ㆍ감청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거래가 담긴 사적 대화 내용을 불법적으로 도청한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된 "X파일" 사건은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및 통신비밀 침해 논란으로까
지 확산됐다.
국정원은 현재 도청이 실시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국민이 이같은 발표를 믿을 수 있을 만큼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으라는 요구도 나올 수 있다.
지난2003년 초 검찰이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 의혹과 관련, 휴대전화 감청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 국민들의 검증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DJ정부 수사로 국한 = 검찰의 국정원의 도감청 수사는 과거 정권의 국가 기관에 의
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불법행위에 대해 칼을 들이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봅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에서 도감청에 대한 수사 대상은 DJ정부 이후
의 행위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DJ정부 시절 이뤄진 휴대전화 도청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
음이 밝혀졌다.
MBC 이상호 기자가 폭로한 안기부 X파일 테이프는 YS 시절 이뤄진 도청의 내용이다.
이상호 기자의 "안기부 X파일"을 1차 수사대상으로 삼던 검찰이 천 전 원장을 압수수색한 것은
검찰이 국정원 발표 이전에 이미 DJ정부 시절의 도감청 실태를 파악했으며, 이를 인지한 국정원
이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먼저 "고백성사"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천 전 원장 외에 국민의 정부 들어 2002년3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던 이종찬, 임동원,
신건 씨 등에 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발표에서 YS시절 안기부 미림팀 재건을 지시한 인사로 안기부 국내 정보수집 담당국장(
이후 차장 승진)이 거론됐으나 이후 정보 유출에 관여하지 않은 이상 수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 따라서 YS정권 시절 담당 국장의 윗선 권력 실세가 검찰의 소환 대상으로 등장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권 차원에서 정보기관의 도.감청이 기획되거나 적어도 묵인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결
하기 위해 검찰이 어떤 수사 방법을 택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승규 현 국정원장을 포함해 역대 국정원장이 "DJ정부에서 도감청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국회
에서 증언한 것이 결국 위증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한편 검찰로서는 어려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임은 분명하나 사건의 단초가 된 삼성그룹과 중
앙일보 관계자 간의 대화를 담은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수사하지 않는 데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
등 좋지 않은 여론을 피하기 위해 큰 싸움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있을 것으로 보인
다.
양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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