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우려 시행령서 배려해야
개혁 성향의 종교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개정 사립학교법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종교계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1개 종교단체가 사학법 지지의사를 밝힌 데 이어 195개 종교관련 사학 교사들도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입장은 개신교계 일반적 의견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사학법 문제를 놓고 교육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진보-보수로 갈라서는 최근의 움직임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철저히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에 이념과 색깔이 끼어 들면 갈등만 확대되고 문제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리사학을 규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외부이사 도입의 정당성 여부다. 그런데 일부 사학과 정치권에서 전교조의 사립학교 장악 음모라는 근거가 희박한 이념공세를 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종교계도 일부 부패사학을 옹호하는 파수꾼처럼 비쳐지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사학의 부정부패와 비민주적 운영에 훨씬 더 준엄한 자기비판을 가해야 할 종교 사학들이 반대에 앞장서는 것은 결코 종교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는 종교사학 교사들의 비판도 경청할 만하다.
어쨌든 사학법 공방은 사학 단체들이 조만간 헌법소원을 내기로 한 만큼 법률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은 시행령 마련과정에 종교계 등 사학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종교관련 사학의 경우 건학 이념과 다른 종교를 가진 인사를 외부이사로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할 만 하다. 사학들은 신입생 모집 중단 등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극단적인 수단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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