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재개정 협상에 나설 것을 권유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를 묵살하고 사학법을 재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도 국회 정상화에 등을 돌려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산적한 민생법안의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마저 껄끄럽게 돼 향후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건전사학의 건학이념 구현을
어렵게 하는 독소 조항이 적잖은 데다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사학법 개정안이 과연 그만한 희생을 치르고 사수할 만한 것인지
묻고 싶다.
여야 원내대표는 한명숙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일정과 함께 사학법
재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회기 내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가 지나간 뒤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안을 외면하는 건
여야 합의를 깬 독선일 뿐 아니라, 문제 사학법 개정안의 재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회 회기가 내일 끝나는데도 여당이 오히려 조속한 국회 정상화와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국회를 계속 파행으로 몰아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최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거를 앞둔 정책 연설에서
“여당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한 점, 엎드려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개혁당 이미지에 도움이
되기는 고사하고 사회 혼란과 갈등만 일으킨 사학법 개정안을
강압적으로 밀고 가면서 무엇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이 주문한
‘대승적 양보’를 통해 야당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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