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저녁, 우리 국민들과 지구촌 사람들은 지상 최고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세계시민들은 ‘월드컵 4강’과 ‘국민화합’이라는 기적을 달성한 ‘대한민국’에게 앞다투어 축하와 찬사를 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주최한 세계인의 잔치’는 폐막 하루 전 날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이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향해 갑자기 선제 기습포격을 가한 것이다. 참수리호의 조타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이때부터 양측 함정 사이에 교전이 시작되었다. 곧바로 인근 해역에 있던 대한민국 해군 고속정과 초계정들이 교전에 합류하여 참수리호를 지원했다. 북한 측 함정도 凰叢?가세했다. 10시 43분경 북한 경비정 1척에서 화염이 발생하자 나머지 1척과 함께 퇴각하기 시작해, 두 척 모두 10시 50분경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상함으로써 교전은 25분 만에 끝이 났다. 이 교전으로 한국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명이 전사하였으며, 19명이 부상하였다. 이것이 서해교전(西海交戰)이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해군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북한 경비정의 남하를 방치했는가.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사정은 이렇다. 교전에 앞서 북방한계선 북한측 해상에서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을 경계하던 북한 경비정 2척이 대한민국 쪽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계속 남하하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해군의 고속정 2척이 즉각 대응에 나서 초계와 동시에 퇴거 경고 방송을 거듭하였으나 그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당시의 집권당이 추구했던 정책은 ‘선제무력행사 불가’다. 북한이 먼저 발포하지 않으면, 북한 측 함정이 어떤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무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교전 직후 국방부는 ´북한의 행위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묵과할 수 없는 무력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북한 쪽의 답변은 듣지 못하였다.
2002년 이후 서해교전 추모식이 열리기는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영웅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영결식에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고, 3周忌가 돼서야 국방장관이 추모식에 처음 발걸음을 했다. 지난해엔 5년 만에 총리가 역시 처음으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서해교전에 대해 "우리가 한번 더 반성해볼 과제"라고까지 했다. 국가를 위해 스러져 간 호국영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고위층만을 의식한 발언을 거듭한 것이다.
서해교전 추모식은 그 종안 소장급인 해군 2함대사령관이 주관해 왔다. 호국영령들에 대한 추모를 소속 부대에만 맡겨 버렸던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와 국방부·보훈처는 2002년 서해교전에서 숨진 해군 將兵들에 대한 추모식을 올해부터 국가 행사로 格上시키기로 했다. 독립신문은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예우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과의 인터뷰를 마련했다. 인터뷰는 1월 9일 오후 4시송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행사가 끝난 후 국회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독립신문: 인수위에서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행사를 국가행사로 격상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 5년 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 오신 분으로서 느낌이 어떠십니까.
송영선: 지난 5년간 서해교전 추모식에 노무현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우리의 영토인 NLL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 앞에서, 대통령은 “NLL은 우리영토가 아니다”, 통일부 장관은 “서해교전은 반성을 해 볼 일이다”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해 왔습니다. 서해교전에서 다친 장병들 중 일부는 국가유공자로써 인정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영웅을 죄인시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을 영웅으로 대접해 주는 일, 아주 중요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신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올바르게 대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국군포로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들이 ‘생존 국군포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데도 북한은 ‘국군포로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발언만을 계속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송영선: 2차 정상회담 전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의제로 삼고 국가가 나서서 이들의 송환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노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북한 인권에 대해서, 그리고 납치된 우리국민과 50여년 이상 불법적으로 억류된 우리 국군포로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우선 북한이 존재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에 대해 그들의 존재인정과 생사확인 작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을 조속히 귀환시키고, 이에 대한 분명한 사죄의 뜻을 표하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우선적으로 시작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행동이면 행동, 원칙이면 원칙을 지키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실행해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인도주의’적으로 지원을 할테니, 너희들도 ‘인도주의’에 입각해 대한민국 국민을 돌려보내라는 식으로 북한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독립신문: 결국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기존의 포용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주시겠습니까.
송영선: 우리는 흔히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합니다. 특히 지난 5년간 현 정부는 자신들의 그릇된 대북정책을 독단과 아집으로 끌어왔습니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해도, 미사일 실험을 해도, 심지어 핵실험을 감행해도 오로지 정권유지를 위한 정략적 대북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북 퍼주기로 김정일의 협박이 잦아든 것을 북한과의 협력강화로 홍보하고, 북한의 선전구호를 그대로 표방한 ‘우리민족끼리’를 통일의 슬로건으로 삼고 국민을 호도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버릇 나쁜 아이를 사탕으로만 달래다 보니 이젠 완전히 문제아가 된 꼴입니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북한이 변한 것이 무엇입니까? 반문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참여정부 기간 동안 핵 실험을 했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독립신문: 더 이상 유회정책은 안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송영선: 그렇지요. 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데,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언제나 더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남는 장사 아닙니까. 억지 부리는 일을 멈출 이유가 없다니까요.
독립신문: 그렇다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 있어 특별히 유념했으면 하는 점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송영선: 새 정부가 표방한 대로, 상호주의 원칙아래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올바르게 선도할 수 있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그들이 불법적으로 납치한 우리 국민과 명백한 정전위반인 국군포로의 송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우리의 뜻대로 북한이 움직여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잘못 꿰어진 단추는 처음부터 풀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없이는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는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점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 정부에서는 이미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믿음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독립신문: 결국 ‘국가 안보’문제로 이야기가 돌아오는군요.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2,30대 젊은 독자층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송영선: 제가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웃음) 저 또한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닙니다. 53년 8월에 태어났으니 전쟁 이후에 태어난 셈이지요. 그러나 전쟁은 포성이 멎는 것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닙니다. 전후 황폐화된 우리나라의 참상과 참혹함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성장해 왔으니 저 역시 전쟁 속에서 자라났다고 할 수도 있지요. 저 또한 어린 시절에는 전쟁을 단순히 재해이고 비극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배고프고, 힘들고, 슬프고, 부족한 것이 많은 현실에 좌절과 원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와이 유학시절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왜 한국 같은 나라의 젊은이가 안보에 무관심한가?”라는 화두는 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안보는 산소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숨쉬기 위해 꼭 필요한 산소의 고마움을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보의 중요성도 평화 시에 걱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과 피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리 젊은이들이 안보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또 다시 불행한 과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안보입니다.
독립신문: 이번에 펴내신 책 제목이 <안보는 산소다>네요.
송영선: 책 제목이 “안보는 산소다” 제가 4년 동안 줄기차게 의사당에서, 기자실에서, 강연장에서 외치고 다닌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산소로 숨 쉬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것이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당연하니까 그것이 행복인지 망각할 때가 많습니다.
독립신문: 말이 난 김에 책 소개도 좀 해주시지요. 출판사 관계자 분들도 옆에 앉아 계신데...
송영선: 아이고 쑥스럽게...(웃음) 지난해 초, 의정활동 4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겠다고 시작한 습작이 오늘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출가시킬 자식은 없지만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안보는 산소와 같습니다. 평화의 소중함을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안보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저의 소신을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함께 엮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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