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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203席…

유병권기자 [email protected]

‘4·9’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한국 사회의 일대 변혁을 이끌어낼 ‘크리티컬 일렉션’(critical election·중대선거)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두 번의 진보정권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로 성장한 진보진영이 퇴진하고, 보수진영이 의회권력을 장악해 정치권의 사상적 패러다임 대이동이 이뤄졌다. 또 1987년 민주화 운동이후 정치권에 유입된 민주화세대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87년 체제’에 대한 인적 정리가 시작됐다.

진보진영의 퇴진은 여권의 견제세력으로 야당인 통합민주당 대신 보수진영의 한축인 박근혜 전 대표를 택한 것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념대결이 아닌 실력대결로 승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여당인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을 부여했지만, 안정적 국정 의석(158석:상임위 과반의석)은 주지 않아 거여(巨與) 탄생에 따른 여권의 독주에 대한 견제장치도 마련했다.

① 보수진영 3대 권력 확보 =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153석),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 보수계 무소속(18명) 등 보수진영이 개헌가능선(200석)을 넘는 203석을 확보했다. 한나라당이 행정·지방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이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보수진영은 ‘트리플 권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반면 지난 17대 총선 당시 171석(열린우리당 152, 민주노동당 10석, 구 민주당 9석)을 얻으며 의회권력을 차지했던 진보진영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81석), 민주노동당(5석), 창조한국당(3석), 진보계 무소속(7석) 등 96석을 얻는 데 그쳐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등 ‘진보 10년’의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엄정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② 87년 체제의 종말 =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권에 대거 유입됐던 민주화세대들이 대거 낙선했다. 민주화운동의 ‘대부’격인 김근태(서울 도봉갑) 의원이 ‘뉴라이트’ 선봉인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고, 유인태(도봉을)·한명숙(고양 일산동)·장영달(전주 완산갑) 의원 등 원로급 민주화운동인사들도 줄줄이 낙선했다. 이인영(구로갑) 의원 등 ‘386’ 운동권 출신들도 고배를 마셨다.

③ 巨與 방지 = 한나라당은 과반에서 3석이 많은 153석을 차지했다. 과반을 넘기긴 했지만, 안정적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의석(158석·국회 전체상임위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한나라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는 차단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야권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보수진영간 ‘견제’와 ‘협조’의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④ 진보진영 기회 부여 = 진보진영은 참혹한 심판을 받았지만 몰락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81석을 확보해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으로서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야권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는 힘까지 빼앗기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보수진영에 맞서기 위해 흩어진 진보진영의 힘을 한데 모으는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보수진영간 견제=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내 비주류인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표에게 힘을 부여해 비대해진 보수진영간 힘의 균형을 이룬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1부총장, 박형준 의원 등 ‘MB(이명박) 실세’들이 대거 탈락한 것은 여권이 오만하거나 일방통행을 할 경우에 대한 ‘사전 경고’로 보인다.

한편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로 역대 총선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접전지가 적지 않았다.

유병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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