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갑자기 시선을 끄는 부분이 있었는데, 휴전회담이 “51.6월부터 53.7월까지 575회”라는 것이었다.

즉, 6.25에 있어서 진퇴는 50.6~51.6까지 1년 남짓 밖에 안 되었고, 나머지 2년 이상은 회담추이에 맞춘 전세 굳히기 공방으로 허송한 것이다.

결국 6.25의 종료는 회담전략에 있었다는 것인데, 후속 실무회담도 아닌데, 횟수가 무려 575회라면 이는 저들의 “시간끌기 전술”이라는 측면이 짙다.

즉, 중공군 개입에 따른 1.4 후퇴 후 재반격하여 북진하는 유엔군의 북상을 저지시키는 시간끌기 전술이 아니고서는 51.6~53.7 기간 동안에 575회나 회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필자가 보기엔, 휴전 후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저들에게 유리하게 확정하기 위한 저들의 꼼수에 말려든 것으로 여겨진다.

즉, 판문점을 회담장소로 선택하여 주변의 교전을 정지시킴으로써, 서부전선에 있어서 그들에게 유리한 지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계략이라는 것이다.

또, 중공이 참전 초기에 휴전회담을 거부하다가 유엔군 북진 때 수용한 점에서도 그 저의가 있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당시 회담 때문에 “공격적 방어”라는 어중간한 명령이 하달되었는데, 이는 스스로 북진을 자제한 것 밖에 안 된다.

동부전선은 한국군이 맡고, 서부전선은 유엔군이 맡았다고 하는데, 비록 유엔군이 남의 땅이라서 싸우기 싫더라도, 지형이 상대적으로 저평한 서부전선은 유엔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공군력과 기계화 전력의 운용에 용이하므로 북진이 수월했다고 본다.

만일 좀 더 북진하여 원산 혹은 사리원에서 휴전회담을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군사분계선이 지금보다 훨씬 북상한 39도선 근처도 가능했으리라 본다.

또한 현재의 서부전선에서 보면, 서울과 평양의 군사분계선까지 거리에 있어서 5배 손해인데, 상대방 수도 근처 군사분계선이 놓이는 것이 유리한 것은 상식이고 보면, 휴전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서부전선에 있어서 휴전선 북상의 주된 방해요소임을 알 수 있다.

혹자는 38도선에 비하여 ‘서부를 잃고 동부를 얻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판문점 회담으로 교전이 저지되어 서부 북상이 공짜로 저지당한 것으로 보아야 옳다.

회담장 주변 지역에선 교전을 벌이지 않는 게 상식이니까, 결국 판문점을 회담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서부전선에서의 상황을 어정쩡하게 만들어 개성이북 수복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되었고, 그 때문에 지금 북괴의 장거리포의 위협에 수도권이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하긴 우리 쪽은 17개국의 의견인지라 이견이 분분하고 자체합의가 곤란했던 점도 있었지만, 공산권에서는 북․중․소 3개국인지라 전략적 의합이 용이하였기에 회담장소를 판문점으로 선수 쳐서 휴전의 프레임을 미리 고정하였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렇게 볼 때 유엔군이 아니라 그냥 미군만 단독으로 왔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도 있지만, 필자가 고려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상황(미국선거, 국제여론 등)이 있었으리라.

6.25 휴전일인 7월27을 미국에서 조기게양일로 지정하였다고 하니, 그냥 평일로 지내는 우리의 6월25일에 대한 아쉬움에서 6.25도 한참 지나서 괜히 반추해본 것이니 필자의 논지에 크게 신경 쓰지 말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