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촛불폭동과 올해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정국을 정점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좌파세력의 기세가 시들해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역전됐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원상복귀 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연일 상승 추세다. 우파진영 대선주자들의 지지도 역시 좌파진영 예상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좌파세력의 꺾인 기세는 좌파 야당 대표선수인 민주당의 태도를 통해 우선적으로 감지된다. 민주당은 최근 ‘조건 없는 등원’을 선언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그간의 장외투쟁을 통해 건진 것이 별로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민주당의 지지도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통해서도 상승한 흔적이 없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전국 1천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2%, 민주당 25.9%로 각각 나타났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같은날 조사에서도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27%, 민주당 23.2%로 각각 나타났다. (전국 7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노 전 대통령 조문 정국 당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역전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일부 제주도민들과 단체들이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퇴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추진한 주민소환투표도 낮은 투표율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26일 투표 마감 결과 최종 투표율은 11%대에 그쳐, 개표를 위해 필요한 33%대 투표율에 크게 못미쳤다.
제주지사 주민소환은 제주해군기지건설과 영리병원 도입 등 제주지역 현안문제에 반발하는 일부 도민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5월부터 주민소환청구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8월 6일 주민소환이 발의되면서 김 지사는 직무정지 된 바 있다. 좌익 언론은 몇 달 전부터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며 제주도지사 소환을 위한 바람몰이를 해 왔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것이다.
한 언론인은 “이번 소환투표를 보면 ‘시민’을 사칭하는 소수의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역량을 그간 얼마나 과대평가 했으며, 일부 언론은 그들을 얼마나 과대포장 해줬는지를 알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친노세력의 '아이콘'인 유시민 전 장관. 최근 지지도가 6%대까지 하락하며 정동영 의원에게도 밀린 상태다.
盧 서거로 인한 ‘친노 약발’도 소멸
친노-좌익세력이 영원하리라고 믿고 또 희망했던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약발도 시간이 흐르면서 소멸하는 추세다. 고인의 조문정국 이후 석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 아니라 최근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조문정국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덮이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친노세력이 더 이상 고인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기 힘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서거 정국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친노인사들의 경쟁력도 급감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친노-좌익성향 네티즌들의 우상이었던 유시민 전 장관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한 자릿수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5일 전국 7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유 전 장관은 6.2%를 기록, 정동영 의원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도 뒤진 전체 4위에 그쳤다.
1위는 26.4%를 기록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였다. 2위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8.1%)이었으며 3위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6.3%)였다. 이어 5위는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5.2%)이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4.6%),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3.5%), 한명숙 전 총리(3.5%)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7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역시 친노성향인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도를 합산해도 한 자릿수인 9.8%에 그쳐, 1위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이 깊고 오래 갈 것”이라는 친노진영 일각의 분석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내년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한때 오세훈 현 시장에 앞섰던 한명숙 전 총리의 경쟁력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뉴스가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달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은 민주당 소속인 한명숙 전 총리를 상대로 소폭 우위를 점했다. 오세훈 시장이 40.9%로 선두였고 한명숙 전 총리가 35.8%로 오차범위 내에서 오 시장을 추격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9.9%를 기록했다. (832명의 서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39%p)
지난 6월초 시사인-리얼미터 조사에 비하면 친노인사인 한 전 총리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 오 시장은 3자 가상대결에서 33.8%의 지지를 얻어 한 전 총리(43.8%)에 큰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40%대 안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에 안착하고 있는 사실 또한 좌파세력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경향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으로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1.4%로 나타났다. 지난 7월13일 정기조사 때의 31.9%에 비해 9.5%p 상승한 수치다.
앞서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39.8%로 나타난 바 있다. (전국 8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리서치앤리서치(R&R)가 전국 8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4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40.5%로 나타난 바 있어, ‘촛불 정국’과 ‘조문 정국’ 이후 가파른 상승 추세가 재확인 된 셈이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여기서 더 상승해 50%에 육박할 경우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주도하는 반(反)MB 선전선동은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10월 재보선에서도 고전 예상
현재 민주당은 정국 전환을 위해 10월 재보선에서의 선전을 노리고 있다. 재보선 승리를 통해 대안세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를 통한 당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6월초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예정 지역들은 지난번과는 달리 민주당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당은 자신들의 텃밭에 가까운 인천 부평을과 경기 시흥에서 각각 승리했다. 이 중 경기 시흥은 한나라당이 압승했던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에게 국회의원 의석 2개를 몰아줬을 정도로 민주당에게 유리한 지역이다.
반면 10월 재보선은 강원도 강릉, 경남 양산, 경기 안산상록을에서 각각 열린다. 이 중 안산은 최근 세 번의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단 한번도 당선되지 못했을 정도로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지만, 강릉과 양산은 한나라당의 텃밭에 가깝다.
특히 양산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선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22∼24일 양산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출마 예상자중 김양수 전 의원(15.0%), 박희태 대표(14.7%), 문재인 전 비서실장(11.7%), 유재명 후보(6.8%), 김두관 전 행자장관(3.5%),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2.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한나라당 소속 예비후보 두 명이 1-2위를 양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3위에 랭크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애를 태우고 있다.
폴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MRCK와 공동으로 지난 8월 21일, 22일 이틀에 걸쳐 19세 이상 경남 양산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나라당 박희태 - 민주당 송인배 - 민노당 정진채 - 무소속 유재명 후보의 4자 가상대결에서도 박희태 후보가 42.3%로 민주당 송인배 후보(20.2%)에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유재명 후보는 17.0%, 민노당 정진채 후보는 6%를 얻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만약 민주당이 2곳에서 패할경우 민주당은 그 자체로도 재보선에서의 승리를 선언하기 힘들게 된다. 민주당이 재보선을 큰 소득 없이 마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국을 전환시킬 징검다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당시 경찰 버스에 화염을 발사하고 있는 폭도들. 당시 폭도들은 자신들의 폭력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증에 나선 경찰 및 현장을 취재하던 우파 언론사 기자들을 폭행했다.
좌파진영, 또 촛불폭동-유언비어로 돌파구 찾을까
수세에 몰린 좌파진영이 꺼내들 카드로는 2008년 여름에 톡톡히 재미를 본 ‘촛불폭동’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좌익세력이 도심 폭력시위를 벌여 경찰의 진압을 이끌어낸 뒤 MBC 등 언론을 동원해 폭도들의 폭력은 빼고 경찰의 강력진압 장면만을 부각시키는 작전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독재정권’, ‘민주주의 후퇴’라는 등의 여론몰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촛불 정국과 올해 있었던 몇 번의 폭력집회를 통해 성공을 거둔 좌파의 고전적인 전략이다. 이는 촛불 폭도들의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폭도들은 폭력집회 현장을 취재하는 우파 언론 기자들을 폭행하며 취재를 봉쇄함으로서 자신들의 폭력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았다. 또한 이들은 경찰의 채증도 저지했다.
그러나 좌익세력의 이같은 작전이 더 이상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최근 헬기를 동원해 폭력집회 현장을 채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쌍용차 불법 점거 현장에서도 이를 실행한 바 있다. 쇠파이프와 주먹과 욕설로 언론의 취재를 저지해 온 좌익 폭도들 입장에서도 공중에 뜬 헬기로부터의 채증을 막기는 어렵다.
폭도들이 경찰을 상대로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 및 동영상이 우파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촛불세력 뿐 아니라 이들에 우호적인 MBC 등 언론들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번의 촛불폭동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다.
한 우파단체 인사는 “제 2의 촛불폭동이 어려워진다면 좌파들은 지난 대선과 지난해 여름에 그랬듯이 인터넷 상에서 각종 유언비어를 살포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몰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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