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이 보통층보다 군미필이 많네

나는 어릴때부터 군에는 당연히 가는걸로 알았다.

집안내력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당연히 모두가 가는걸로 알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군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미안한 생각이지만, 혹시 '병신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던적이 있다. 나는 병신이 아닌 남자는 모두 군에 가는 것으로 알았다.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사회에 발을 딛었을 당시에 이런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현역병은 어둠의 아들, 방위병(현재의 공익)은 장군의 아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이이라고 했다. 나는 어둠의 아들이었다. 전역하고 나서 2%인지 3%인지 회사취직시험에서의 가산점도 폐지되었다. 군대에 가는 것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젊음을 허비하는 어둠의 시간으로 폄하되었던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은 군의 경험이 없다. 총리내정자도 마찬가지다.

6.3 사건으로 복역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정 기준 이상 실형을 받은 사람은 징집에서 면제(탈락)된다. 군에 안간 전과자가 지금 대한민국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총리에 내정된 사람도 군에 가지 않은 사람이다. 의도적인 군면제 의혹을 받고 있단다.

임진강대참사를 보면서 북괴 김정일의 도발에 대응하는 정부나 여당의 모습에서 지도자들의 군대경험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현상, 북괴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우연은 아닌 것 같아서 씁쓸하다.

지난 노무현 전대통령은 군에 갔다 온 사람이다. 그의 남긴 유서는 의미심장한 글들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가 베어 있었다는 것이다. 김대중은 군에 가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괴수 김정일과 손발이 척척 맞았고, 죽기 전에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면서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또 총리에 내정된 사람......

한나라당내의 국회의원도 군면제자가 일반인들보다 비율이 훨씬 높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신의 아들이기에 사회지도층에 끼일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을 것이다. 신의 아들을 위해 어둠의 자식들은 연평해전에서 죽고, 임진강 강변에서 수몰되고,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일들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신의 아들을 위해 개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5.18에 대해 군필과 미필의 관점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5.18 관련해서 군대에 갔다온 사람들의 시각과 면제자의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면을 쉽게 발견한다. 나는 특수7군단 창설 사병이었다. 예전 아웅산테러 이후에 북한의 특수8군단에 대항하기 위해 전술개념의 변화의 일환으로 창설된 부대였다. 전신인 동해안경비사령부에서의 구호인 "충성"에서 "북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그렇게 구호를 외치는지는 모르겠다.

"5.18의 화려한 사기극"의 출간을 앞둔 임천용씨는 북괴 특수8군단 장교출신이다. 나 또한 군에서 북한정보를 취급했기에 막힘이 없이 대화가 되는 편이다. 5.18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3자와 당사자라는 차이일뿐, 그동안 내가 알고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것들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가지는데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임천용씨의 증언이 내가 군대에 가지 않았고, 특수7군단 사병이 아니었고, 북한정보를 취급하지 않았더라면 믿기 힘든 말들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새롭게 임면될 정운찬 총리가 북괴의 대남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안봐도 눈에 선하다면 내가 좀 건방진 것일까?

사회 지도층이 일반인보다 군미필이 많은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운찬 총리 지명자는 논산 훈련소나 보충대에서 기초군사 훈련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대에 갔다온 사람들은 기억한다. 훈련소에서 힘들어 하면서 같이 뒹굴던 전우와 대한민국에 대해 감사하고 빗속에서 눈물 흐리며 기꺼워했던 기억을 추억하곤 한다. 한잔 술에 군생활의 추억은 든든한 안주인 것이다.

사회지도층, 고위 관리가 되기 위해 군필은 필요충분조건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까? 대한민국의 정체성 훼손과 법치,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는 현장을 보면서 "중도 실용주의"라는 괴상망측한 말을 하는 이유도 군대의 경험이 없어서 일까? 안보에 대한 자각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이지 "중도 실용주의"가 아닌데......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군에 가지 않은 사람에게 실수로 표를 찍게 된다면?

내 손목을 잘라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