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69/ 광주일고

새소식 보도매체라고는 신문과 라디오밖에 없었던 시절엔 신문 독자들이 기사본문까지 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의 신문독자는 기사본문까지 읽는 경우라고는 거의 없고, 대개 제목만 읽는다.

따라서 신문의 기사 제목은 아주 중요하다. 요점 정리니까. 그런데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보도기사 제목 중에 사건의 초기 주역들이 광주일고 출신들이란 것을 밝히지 않았다.

6월 2일자 조선일보 A4면의 제목에서는
[김광수 원장도 부산저축銀 대주주들과 고교동문]이라 쓰고,  기사본문에서만 ‘광주일고’를 밝혔다.

그러다가 오늘<A3면> 비로소 [광주일고 출신 金총리는 꿋꿋했다]라는 제목을 뽑았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초기 주역들 중에 여러 학교 출신들이 각각 1/10 내외쯤 섞여 있을 때에는 일일이 출신학교를 밝히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신문의 의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서 한 학교 출신이 여러 명이 개입됐을 때에는 독자들의 사건 해석에서 하나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밝히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왜냐면 우리나라에서의 대다수 대형사건의 경우, 특정 「직업 ․ 지역 ․ 학교」출신 세력들이 어떤 사건의 우연적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필연적(시스템적 ≒ 조직적 ≒ 상습적적) 요인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 달 이상 기사제목에서 광주일고 노출을 삼간 조선일보는 광주일고에 빚진 것이 있는지……, 아니면, 조선일보 임원 중에 광주일고 출신이 있는지……. 앞으로도 특정 범죄와 대형 사건을 보도할 경우, 같은 스타일로 기사제목에서 특정 출신학교나 출신지역을 숨겨 줄 것인지……,

궁금하다.

// 110603쇠 / 拏頭(nah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