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크리'로 물이 불어난 계곡의 보(洑) 위를 건너가던 아반떼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려 탑승자 7명이 모두 숨졌다. 청도군청은 다리를 놓아주지 않고 보 위로 시민들이 다니도록 내버려뒀고, 운전자는 물이 넘쳐 위험한 보를 무리하게 건너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안전 불감증 사고였다. 

3일 오전 2시 50분쯤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삼계계곡 내 신원천에서 한모(38·경남 김해시)씨가 아반떼로 물살이 거센 보를 건너다가 물에 휩쓸려 모두 사망했다. 이 차에는 한씨와 아내(36), 5세와 3세 아들, 한씨의 누나(46)와 조카(여·21), 조카의 친구(여·21)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차량을 뒤따라 가려던 다른 차량 운전자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는 보 하류 2㎞ 지점에서 뒤집어진 승용차를 발견했는데 탑승자 전원이 숨져 있었다.

한씨 일행은 전날 이 보와 10여m 떨어진 펜션에 묵었다가 급히 돌아가겠다며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투숙했던 펜션의 주인은 "한씨 일행이 떠나려 하자 '위험하다'고 말렸으나 한씨가 시험 삼아 혼자 차를 타고 건너갔다가 돌아와서는 '괜찮다'며 일행을 태우고 떠났다"며 "그러나 보 중간에 차가 멈추더니 바로 떠내려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고 당일인 3일과 전날인 2일 오후 청도군 일대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청도군은 삼계계곡 일대에 자동음성경보를 내렸다. 또 삼계계곡 일대에서 영업 중인 펜션과 민박업체 100여곳에 3일에만 두 차례에 걸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투숙자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청도군은 밝혔다. 실제 이 지역에는 2일 밤 11시 30분부터 3일 오전 3시까지 50㎜의 비가 쏟아졌다. 경찰은 "밤에 비가 많이 내리자 한씨 등이 다음 날 빠져나가지 못할 것을 우려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천을 건너려던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 했다.

이들이 건너려던 보는 정식 교량이 아니라 비가 많이 오면 계곡물에 잠기는 잠수교 형태다. 폭 3m, 길이 20m 정도로, 하천 바닥과는 1m도 되지 않아 계곡물이 불어나면 수시로 잠긴다. 신원천을 건너 야영장이나 펜션에 가려면 이 보를 건너야 해, 여름철마다 피서객들이 고립되는 일이 반복됐는데도 청도군청은 다리를 놓지 않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다. 

펜션과 민박집 업주 등은 청도군청에 제대로 된 다리를 놓아달라는 민원을 여러차례 제기했지만 청도군 등은 예산이 없다며 손을 쓰지 않았다. 청도군 박준로 안전건설과장은 "신원천과 운문천 등에는 비가 많이 오면 고립되는 곳이 많아 다리를 놓는 등의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순위가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 때마다 고립이 되고 물에 떠내려 갈 위험이 있는 곳에 팬션을 허가해 준 것 자체가 문제다. 어떻게 이런 곳에 야영장과 펜션을 허가하는지, 허가한 후에 다리라도 놓아주어야지 위험천만한 보를 건너다니게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