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납치·살해 2개이상 조직 개입된듯"
김천호 사장, 與조사단과 통화서 밝혀
"납치세력 아닌 다른 단체와 석방교섭
21일 알자지라 방송 나간뒤 연락 끊겨"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
김선일(金鮮一)씨 납치·살해에 관계된 이라크 내 무장단체가 최소한 2개 이상인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진상조사단(단장 유선호) 의원들은 25일 김씨가 다니던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과 장시간 통화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김 사장은 김씨를 직접 억류한 무장 세력이 아닌 팔루자에서 가장 큰 저항 무장세력과 협상을 했고, 15일부터 2~3회 만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은 곧 풀어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본인이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선 배경에 대해 “경찰들의 권유로 현지 변호사 등 이라크인 3명으로 협상단을 구성해 석방협상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로 엉뚱한 무장단체를 접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단체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요구조건은 전혀 없었다”며 “이 단체는 김씨를 납치한 단체와 상하관계라고 했다. 그래서 믿었는데 (21일 알자지라 방송에 김씨 납치 사실이 방영되면서)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이 단체는 방송 이후 연락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나중에 (두 단체가) 관계가 없는 다른 세력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 사장에게 직접 협상했다는 ‘팔루자 최대 무장단체’의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김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진상조사단측은 밝혔다.
이 같은 김 사장의 언급으로 미뤄볼 때, 김 사장은 처음부터 김씨 납치에 관계되지 않은 엉뚱한 단체와 협상을 했을 수도 있지만, 김씨를 납치한 단체가 김 사장과의 몸값 흥정에 실패한 뒤, 김씨를 살해한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넘긴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미 외교가 안팎에서는 김씨를 납치한 단체와 살해한 단체가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4월 8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스티븐 파렐 기자도 이라크 팔루자 인근에서 취재하다 다른 무장조직에 납치된 뒤 무자헤딘에 넘겨졌다 풀려난 일이 있다. 지난 6월 초 AP가 입수한 비디오테이프와 알 자지라가 21일과 23일 방영한 테이프를 비교할 때 현장 분위기와 장소가 다르다는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AP의 테이프엔 무장한 납치범들이 없고, 김씨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보이나, 알 자지라의 테이프엔 기관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 앞에서 김씨가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는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고, 무하마드는 알라의 사도’란 문구가 적힌 깃발 등이 보이는데, AP의 테이프에는 김씨의 뒷배경에 시멘트벽만 보인다.
김 사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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