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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자 영원히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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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9일 타계한 이민우(李敏雨) 전 신민당 총재는 40년간의 정치 역정 내내 야당의 외길을 걸었다. 독재정권 시절이던 1980년대 초·중반에는 정통 야당의 맥을 이어 제1야당 당수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金泳三) 김대중(金大中) 전 대통령, 김종필(金鍾泌) 전 자민련 총재 등 ‘3김’의 그늘에 가리긴 했지만 한국 정치사에 남긴 그의 족적은 작지 않다.

1985년 12대 총선 직전 양 김 씨(YS와 DJ)가 재건한 신민당의 총재를 맡아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중구에서 출마해 ‘신당 돌풍’을 주도하며 제1야당을 탄생시킨 때가 고인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YS가 종로·중구 출마를 권유하자 “어려운 일을 회피하면 위선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조직의 명에 따르겠다”며 수락해 결국 당선했다.

고인은 직선제 개헌논의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선(先) 민주화 조치, 후(後) 내각제 개헌’을 내용으로 한 ‘이민우 구상’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던 양 김 씨가 탈당하고 신민당이 와해되는 풍상을 겪었다. 이듬해 쓸쓸히 정계를 은퇴한 이후 조용하게 말년을 보냈다.

YS와의 관계는 미묘했다. 1980년대 초반 YS가 정치 규제로 묶이자 YS 주도의 민주산악회 회장을 맡았다. 신민당 총재가 된 것도 YS의 후견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이민우 구상’으로 독자노선의 조짐을 보인 이후 YS와는 소원해졌다.

‘어진 돌’이라는 뜻의 호 인석(仁石)에 걸맞게 후덕하고 서민적인 풍모로 여야 정치인들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청주에서 태어나 1941년 일본 메이지(明治)대 법학과를 중퇴했으며, 1958년 4대 민의원으로 국회에 첫발을 디뎠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동분 씨와 상용, 상래, 상호, 상렬 씨 등 4남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02-2072-2091). 발인은 13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 의정부시 녹양동 산 2.

윤종구 기자 [email protected]

일제치하인 1915년 9월 5일 청주에서 태어난 이 전 총재는 41년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법학과를 중퇴한뒤 46년 충북신보 영업국장을 거쳐 48년 고향인 청주에서 시의회 부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이 전 총재는 58년 4대 민의원으로 중앙정계에 입문, 5, 7,9,10,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원칙에 충실한 보수정치인이었던 이 전 총재는 한번도 계보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4.19 이후 장면(張勉) 총리의 인준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신.구파가 심각한 갈등을 빚을 때 구파에 속했던 인석은 구파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와 신민당을 창당하자 이에 가담한 이래 야당의 거목이었던 유진산 선생이 이끄는 진산계(珍山)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진산이 작고한 이후에는 유치송(柳致松) 전 민한당 총재와 함께 `견지동 동우회'를 이끌어 왔다.

9대 국회 후반 신민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강경파와 이철승(李哲承) 전 신민당 총재의 온건파로 대립할 때 YS가 주장한 단일지도체제를 지지, YS와 정치적인 동지관계를 형성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5.17 이후 YS가 정계은퇴 성명을 냈을 때 3개월 가량 총재권한대행직을 맡았으며, 정치규제 중에는 YS주도의 민주산악회의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고인이 정치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때는 85년 12대 총선 직전 `양김'씨가 힘을 합쳐 `재건'한 신민당의 총재를 맡아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중구에서 출마했을 때다.

당시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종로.중구 출마를 권유하자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고심 끝에 "어려운 일을 회피하면 위선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조직의 명에 따르겠다"며 출마를 결심, 당선돼 2.12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을 일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이후 이 전 총재는 87년 `이민우 구상' 파문으로 끝내 `양김'의 벽을 넘기 못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되돌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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