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엑셀 자동차의 미국 진출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한다는 것은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몇몇 선진 공업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캐나다는 외국 회사의 제품을 조립 수출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미국에 독자 모델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는 지금도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 불과하다.
서방의 언론은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대서특필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제2의 일본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으며 경제 선진국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은 호황이 절정에 달한 시기에 올림픽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종속이론의 전면적인 폐기사태를 가져왔고, 이는 결국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 직업혁명가로서 남조선 혁명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이들이 혁명을 포기하고 개량주의자로 변신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의 소위 ‘혁명적 좌익’들은 이후 10여년간 점차 혁명노선을 포기하고 온순한 개량주의 노선으로 체제에 편입되고 말았다.
종속 이론은 냉전 시대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에 의해 강력하게 선전되었는데,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 이 종속이론으로 인하여 전후 수많은 신생독립국들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의 갈림길에서 대부분 소련식 사회주의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쿠바와 베트남, 니카라구아 등에서는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공산혁명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모두가 제3세계의 지식인들이 자본주의 체제로는 발전의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모델의 특징은 가난한 인구대국이 최악의 조건에서 자력으로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 있다.
어느모로 보나 1960년대 초 한국은 세계의 모든 후진국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었다. 이 당시 식량원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한국은 국제적으로 소말리아, 이디오피아와 함께 세계 3대 빈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였다.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은 최소한 한두 가지 면에서는 한국보다 사정이 나았고, 이런 나라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모델을 가장 먼저 채택한 나라는 1981년 집권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였으며, 한국모델을 받아들인 두 번째 나라는 중국이다. 1980년대 초반 심천에 경제 특구를 만들어 자본주의 실험을 시작한 중국의 개방주의자들에게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날로 힘을 더해주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발전상이 중국에 널리 알려짐으로써 개방주의자들은 완전히 대세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한국의 경제개발 모델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코리언 드림’이라는 희망을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한 한국이 단 한세대만에 성공할 수 있다면 더 조건이 나은 나라들이 같은 수준의 발전을 성취하는 것은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모델의 성공은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특히 큰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술적으로도 한국 자본주의의 성공으로 인해 종속이론과 주변부 자본주의 이론, 그리고 거기에서 기인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이라는 신화는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한국 모델, 즉 가장 성공한 자본주의 경제개발 모델은 올림픽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통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던 시기에 전 세계에 홍보됨으로써 사회주의 붕괴와 냉전체제 종결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서울 올림픽 직후 헝가리와 폴랜드를 시작으로 동유럽의 스탈린주의 정권들이 하나둘씩 붕괴되었고 이는 도미노 현상이 되어 결국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재통일되었다. 1992년에는 소련에서도 시민혁명이 발생해 여러 차례의 쿠데타와 복잡한 전쟁들을 겪으면서 결국 소비에트 연방은 15개 공화국으로 분리되고 말았던 것이다.
서울 올림픽 직후에 발생한 이같은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매스미디어 시대에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직까지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 올림픽으로 인해 한국의 발전상을 목격하게 된 동유럽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만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혁명적인 개발정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필리핀보다 뒤떨어진 나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에 가서 세계 여러나라 원수들과 만나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건 박정희의 덕인줄 알아야 한다. 가는 곳마다 현대차가 뒤덮는 이 기적을 만든 자는 바로 박정희 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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