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주장의 허구성
여당이 6개월째 표류중인,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의 하나인 사립학 교법개정안 처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한다. “( 한나라당과 타협하여) 걸레로 만드느니 부결되더라도 사학법 개 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학법 개정안의 핵심은 사학재단 이사의 3분의 1과 감사를 초· 중·고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토록 의무화한 ‘개방형이사제’의 도입이다. 교사( 교수)·학생·학부모 등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전교조·민교협·한총련 등 특정집단의 개입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잘 조직된 집단들이기 때문이다 .
여당의 개혁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입법들의 배후에는 이익단 체 중심의 압력집단이 있듯이 사학법에도 예외 없이 전교조·민 교협·한총련 등이 주축이 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 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라는 연대 기구가 있다. 결국 집권 여 당이, 이들 교육 이익집단들이 사립학교의 운영에 개입하려는 길 을 터 주는 데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을 가능케 한다.
전교조나 민교협은 모두 피고용자 집단이다. 이들은 고용자 측인 재단으로부터 의무나 관리는 덜 받고 권리는 늘리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결사반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타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통제를 강요하 면서 자신들은 최소한의 관리조차 거부하는 편의주의적인 이중성 을 보이고 있다.
사학비리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운 사학법 개정안에 투명 경영과 전혀 무관한 인사권에 해당하는 학교장의 임기나 연임을 제한하 거나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시 교원회·교수회의 추천을 받은 자 3분의 1 이상을 강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은 교육 이익집 단의 입김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근래 교육부의 관리체제에 들어간 어느 대학에서 총장을 선출하 는데, 한총련 계열인 이 대학 총학생회는 본인은 전혀 동의하지 도 않는 유명 진보인사들을 후보로 추천해 놓고 이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억지를 부렸다. 이런 한총련 계열 총학생회들이 사립 대학 이사 선임권을 갖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당은 사학 비리를 근절하려면 재단측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외 부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비리 척결 이라는 명분 그 자체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부패 사학을 이유로 모든 사학의 자율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정책은 결국 교육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각축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익집단의 대리자로 선출된 이사들의 발목잡기는 산으 로 가는 배를 만들지도 모른다.
특히, 출산율 감소로 인한 상당수 대학의 퇴출 등 공급자의 구조 조정은 이미 ‘받아 놓은 밥상’이다. 원활한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지려면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과감한 신규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학을 규제로 꽁꽁 묶어놓으면 도대체 누가 투자하고 M&A 하겠는가? 그때 가서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한계 사학들을 다 인수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정책은 그 명분이나 주관적 목표보다는 그 결과나 효과의 객관적 예측으로 평가돼야 한다.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은 규제 수단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될 교육부, 사학의 운영에 개입할 길이 열린 전교조 등 교육이익단체와 개방형 이사로 구직을 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짙은 진보인사들에게는 명백한 혜택를 주게 될 것 이다.
그러나 교육소비자에게 주어질 득은 결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도덕적 해이를 떠올리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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